서울 중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52)씨는 최근 알바생(아르바이트생)을 못 구해 애를 먹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구인 공고를 올리면 하루 평균 20~30명이 지원했는데, 지금은 많아야 하루 1명 있을까 말까 하기 때문. 김씨는 “전에 일한 알바생한테 ‘사람 좀 소개해 달라’고 부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이른바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며 경기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자리 미스매칭’이란 구인·구직 시장 수급이 맞지 않는 부조화를 뜻한다. 일할 사람이 필요한 곳은 많은데 정작 일할 사람은 없는 상태다. ‘비어 있는 일자리’가 많다는 얘기다.

면접 대비, 나에게 딱 맞는 색깔은 - 지난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채용박람회에서 청년 구직자가 면접 준비를 위해 퍼스널 컬러 테스트를 받고 있다. 자기에게 어울리는 화장법이나 의상 구성 등을 찾는 작업이다. /뉴스1

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기업들이 얼마나 인원을 채용하지 못했는지를 나타내는 ‘미(未)충원 인원’은 작년 3분기 기준 18만5000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2012년 이후 7만~10만명을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코로나 사태를 지나며 2021년 13만5000명으로 증가세로 돌아섰고 규모가 40%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 1월 취업자 수가 3개월 연속 감소하고, 여기에 미충원 인원마저 역대 최다를 기록하면서 노동시장이 ‘이중고(二重苦)’가 시달리는 실정이다.

특히 제조업, 운수 창고업,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등에서 빈 일자리가 크게 늘었다. 제조업은 뿌리 산업과 조선업에서 구인난이 심각하다. 2021년 3분기 4만1000명분 일자리가 비었는데 1년 만에 5만8000명으로 늘었다. 뿌리 산업은 주조·금형·열처리 등 제조업에서 토대가 되는 공정을 맡지만,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고 근로시간이 길어 만성적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조립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용접 작업에 한창이다./ 김동환 기자

조선업은 2014년부터 ‘수주 절벽’ 등 장기 불황에 빠지면서 하청 노동자 임금이 대거 깎여 고용 불안이 심해졌다. 이때 많은 하청 용접공이 조선 산업을 떠났는데, 이후 수주 사정이 좋아졌는데도 돌아오지 않고 있어 인력난을 겪고 있다.

운수 창고(물류)업은 2만8000명, 도·소매업은 1만9000명, 숙박·음식업은 1만4000명, 보건 복지업은 1만6000명, 정보통신은 1만명분 일자리가 비어 있다. 농업 역시 코로나 사태 영향으로 외국인 인력 입국에 공백이 생기면서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고, 해외 건설업도 최근 수요가 살아나고 있지만 적정한 인력을 대지 못하고 있다.

첨단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고용정보원과 한국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산업은 지난해 하반기 일할 사람을 6000명 구했지만 3700명밖에 채우지 못했다. 일터의 37.9%가 비어 있는 셈이다. 미충원율은 조선(36.3%), 기계(35.3%), 철강(35.0%), 자동차(30.2%) 산업이 상대적으로 더 심각했고, 반도체(25.5%), 전자(23.6%), 섬유(20.1%)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기업이 사람을 못 구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대개 구직자가 원하는 임금·근로시간 등 근로조건과 회사가 제시하는 조건의 불일치(28%)가 주를 이룬다. 특히 중소기업은 이런 ‘조건 부조화’가 두드러진다. 비어 있는 일자리 18만5000개 중 93.7%인 17만3000개가 300인 미만 중소기업 일자리인 이유다. 다음으로는 ‘기업이 요구하는 경력을 지원자들이 갖추지 못해서(17%)’다. ‘구직자가 기피하는 직종’이라는 이유도 14%나 된다. 베이비붐 세대는 퇴직하는데, 이 자리를 채울 청년층 인구가 급감하는 것도 미스매치 이유 중 하나다. 중소 제조업이나 음식점 등 임금 수준이 낮고, 노동 강도가 높은 직종은 청년층이 점점 더 취업을 기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