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자동차를 팔기 위해 저도 직접 영업을 다니겠습니다.”

르노코리아자동차 노동조합(르노차노조) 김동석 위원장이 17일 중앙노동위원회 관계자들과 한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르노차 노사는 상생 선언문도 채택하기로 했다.

르노차는 국내 완성차 기업 중 최근 5년간 노사 분규가 가장 심했던 곳이다. 노조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 동안 매년 빠짐없이 파업을 했고, 회사 측은 부분 직장 폐쇄로 맞섰다. 사측이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근로자들로 생산 라인을 계속 가동하려 하면, 노조는 일부 공정에서 기습적으로 작업을 중단하는 ‘게릴라 파업’ 방식으로 기어이 전체 생산 라인을 멈춰 세우곤 했다. 르노차 내 여러 노조 가운데 소수였던 ‘민주노총 금속노조 르노차지회’ 소속 근로자들이 최대 노조였던 ‘르노차노조’로 소속을 옮겨 2018년부터 이런 강경 투쟁을 이끌었다. 조합원들도 한때 강경파 지도부를 지지했다. 이들은 2020·2021년 회사가 적자의 늪에 빠졌을 때에도 임금 인상과 기존 파업 참여 조합원의 임금 ‘손실’ 보전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그러나 조합원들의 인식이 점차 바뀌었다. 강경 투쟁을 벌여도 얻어지는 것은 별로 없고, 노사가 모두 위기에 빠지기만 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이 점차 줄었고, 2021년 파업에는 전체 근로자의 30%가량만 참여해 회사가 공장을 가동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회사도 임금 협상을 몇 년에 한 번 몰아서 하자던 입장에서 물러나 일정 수준의 임금 인상을 노조에 제안했고, 지난해 쟁의 없이 합의점을 찾았다. 12월 치른 노조위원장 선거에선 민노총 출신들이 내세운 후보가 낙선했다.

김태기 중앙노동위원장은 17일 르노차 부산공장에서 노사 양측을 만나 격려하고, “혁신적인 노동 관계 모델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단체협약에 임금과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 외에 분쟁이 생겼을 때 해결하는 절차까지 노사가 합의해서 넣자는 제안이었다. 현재 대부분의 단협엔 분쟁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없어 조기에 해결하지 못하고 쟁의로 치닫거나 노동위원회 심판 등을 거쳐 소송으로 이어지곤 했다.

김태기 위원장은 “우수한 젊은 세대가 괜찮은 일자리를 찾아 부산을 떠나는 사례가 생기지 않도록 르노차 노사가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했다. 르노차 노사는 “노사 관계 안정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