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파업이었나 - 9일 오후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 앞에서 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의 한 조합원이 화물차에 걸려 있던 총파업 관련 현수막을 떼어 내고 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는 9일 조합원 투표를 거쳐 총파업을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하기로 했다. 지난달 24일 총파업을 시작한 뒤 16일 만이다. 파업은 끝났지만 그사이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의 물류가 막히면서 산업계 추산 4조1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9일 조합원 투표를 거쳐 총파업(집단 운송 거부)을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24일 총파업을 시작한 뒤 16일 만에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이다.

화물연대는 이날 “조합원 투표 결과 찬성 2211표(61.84%), 반대 1343표(37.55%), 무효 21표(0.58%)로 총파업 종료가 가결됐다”고 밝혔다. 투표율은 13.7%에 불과했다. 화물연대는 당초 ‘안전 운임제 3년 확대’라는 정부·여당의 협상안을 거부하고,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와 영구화를 요구하며 파업을 밀어붙였다. 이번 파업으로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의 물류가 막히면서 산업계 추산 4조1000억원의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정부는 화물연대가 협상안을 거부하고 파업을 강행한 만큼 안전 운임제를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은 11월 22일 정부·여당이 집단 운송 거부로 인한 국가적 피해를 막기 위해 제안한 것인데, 화물연대가 이를 거부하고 11월 24일 집단 운송 거부에 돌입해 엄청난 국가적 피해를 초래했기 때문에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노사 문제에 대해 흔들림 없이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민통합위원회 고문단과의 오찬 자리에서 “모든 분야에서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도 국민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는 우리 경제와 민생에 천문학적 피해를 줬다”며 “우리 모두 화물업계의 제도 개선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파업을 하지 않았다면 얻을 수 있었던 ‘안전운임제 3년 연장’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안전운임제는 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올해 말로 자동 일몰된다.

민노총이 이번처럼 정부에 완패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이에 따라 민노총 내부 혼란과 지도부의 리더십 타격도 불가피하게 됐다. 화물연대 지도부는 전날 밤 긴급회의를 열고 ‘파업 철회 여부는 조합원 투표로 결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조합원들 사이에서 ‘책임을 아래에 떠넘긴다’는 반발이 터져 나왔고, 부산본부처럼 아예 투표도 하지 않고 업무에 복귀하는, 사실상 항명까지 나타났다. 민노총 내부에서는 “파업에 참여해 투쟁한 사람들만 바보 됐다” “지도부 사퇴하라”는 말까지 나왔다.

8일까지도 강경 투쟁 방침을 천명하던 민노총은 오는 14일 2차 총파업·총력투쟁 대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9일 오후 이를 전격 철회했다. 노동계에서는 “왜곡됐던 노사 관계가 정상화되는 중요한 전환점을 지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