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파업에 따른 손해 배상 책임을 노조에 지우는 경우는 대부분 폭력 등 불법 행위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고용노동부의 실태 조사 결과가 21일 나왔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야권에서는 노조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노조 탄압을 위한 ‘폭탄’이라고까지 주장하지만, 법원은 대부분 심각한 불법이 있었고, 노조에 책임을 묻는 게 당연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야당이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개정안을 추진하며 노조 대상 손해배상 소송 실태 조사를 하라고 요구해옴에 따라 2009년부터 지난 8월까지 노조 상대 손해배상 소송 151건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취하·조정·화해 등으로 종결된 사건을 제외하고, 판결이 확정된 73건 중 49건(67.1%)에서 법원은 노조 책임을 인정했다. 일반 민사 손해배상의 평균 인용률(57.1%)보다 높다. 전체 인용액의 93.5%(327억8700만원)는 현대제철·대우조선·쌍용차·현대차 등 9개 기업에 쏠려있었다. 손해배상 갈등이 노사관계 전반에 퍼져 있는 게 아니라, 특정 기업에 몰려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2009년 7월 28일 쌍용차의 경기도 평택공장에서 회사 측의 정리해고 방안에 반발하며 공장을 점거한 노조 조합원이 경찰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고 있다. /조선일보DB

법원은 특히 쟁의행위(파업·태업 등)가 단순히 불법이었는지보다 어떤 수단을 썼는지를 중요하게 봤다. 야당과 민노총 등은 ‘합법 파업 범위가 지나치게 좁아 노동자들이 불법 파업을 할 수밖에 없고, 기업이 무분별하게 소송을 남발하며 노동자들이 막대한 손배 책임에 내몰린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법원이 노조 책임을 인정한 경우의 71.7%는 노조의 사업장 점거 때문이었다.

현행 노조법은 노조의 사업장 점거 자체를 불법으로 보지 않는다. 회사 측이 소송을 제기한 점거 행위는 총 31건인데, 이 중 물리력을 수반한 경우가 93.5%(29건), 폭력이나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가 71%(22건)에 달했다. 예를 들어 기아차 노조 지회장은 목에 밧줄을 매달고 점검대 위에서 내려오지 않고, 조합원은 생산라인에서 숙식하며 정상근무하려는 협력업체 직원들을 막았다. 쌍용차는 쇠파이프를 든 노조 선봉대가 공장에 다른 사람들을 못 들어오게 막으며 볼트 발사용 새총, 화염 방사기를 썼다.

법원은 또 불법으로 인한 손해가 발생하거나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경우에만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단순히 불법 파업에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는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일반 조합원인데 배상 책임을 지게 된 경우는 공장 점거와 생산라인 중단에 적극 가담하거나 깃대로 상대방을 찌르는 시범을 보인 경우 등에 국한됐다. 배상 책임을 인정하더라도 사용자의 귀책 사유, 불법 행위의 동기 등을 참작해 배상액을 20~90%까지 깎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는 지난 4일 발표한 중간 조사 결과에서는 ‘전체 청구액의 99.6%, 법원이 인정한 배상 금액의 99.9%는 민노총이 차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