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놈들이 괴롭혔으면 엄마에게 이야기를 했어야지, 이놈아‥.” 2일 오전 경기도 김포 한 장례식장. 노모(老母)는 통곡하며 눈물을 쏟았다. 지난달 30일 세상을 떠난 택배 대리점주 이모(40)씨 영결식장이었다. 이씨 아내는 고개를 숙였고, 세 자녀는 눈물을 쏟았다. 한 대리점주는 추도사를 읽으며 “민노총이란 거대 세력의 힘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우리가 미안하다”고 울먹였다. 운구차가 떠날 때 다른 택배 대리점주들은 트럭을 몰고와 뒤를 따랐다. 100여 대가 길게 줄지어 이씨가 가는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트럭 외부엔 “지켜주지 못해 죄송합니다” “택배 노조만 국민이냐, 대리점장도 국민이다” 등 추모와 항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전국서비스산업노조연맹에서 김태완 전국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이 노조를 원망하는 유서를 남기고 지난달 30일 극단적 선택을 한 택배 대리점주 이모(40)씨의 사망 사고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오전 이씨 유가족들이 고인의 영정 사진을 들고 경기도 김포시의 한 택배업체 터미널을 지나며 노제를 지내고 있다(오른쪽 사진). /뉴시스·남강호 기자

이씨를 괴롭혔던 노조원들이나 택배노조 관계자들은 장례식장을 찾지 않았다. 대신 택배노조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조는 “유서대로 일부 조합원의 고인에 대한 괴롭히는 행위가 확인됐고, 당사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씨가 대리점 기사들에게만 4억원 채무를 지고 있었고, 살고 있던 집까지 팔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채팅방에 비아냥과 조롱은 있지만 다른 택배 기사에 대한 조모씨 말을 제외하고는 폭언이나 욕설 등의 내용이 없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결정적 원인 제공자는 CJ대한통운”이라며 책임을 택배회사에 돌리고 “(다른 사정들이 있는데) 왜 모든 책임을 노조에만 돌렸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대리점주들과 유족은 “근거 없는 2차 가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 주장과 달리 채팅방 대화를 확인해 보면 노조원 다수가 이씨에게 한 욕설이 분명하게 나와 있다. 또 숨진 이씨는 유서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원인을 노조원들 집단적인 괴롭힘이라고 명확하게 썼다. 유족들은 입장문을 내고 “유서에 고인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외쳤던 마지막 이야기가 생생히 담겨 있는데 노조가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앞세워 이를 부정하는 파렴치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또 “유족으로서 분노를 금할 수 없고, 이런 패륜적 행동이 고인이 직접 죽음의 원인으로 지목한 이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