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19일 ‘신당역 역무원 살인 사건’의 범인이 31세 전주환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열린 서울경찰청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 결정에 따른 것으로, 전씨의 얼굴 사진도 공개됐다. 경찰은 “사전에 계획해 공개된 장소에서 피해자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등 범죄 중대성 및 잔인성이 인정되고 범행을 시인하는 등 증거가 충분하다”면서 “유사 범행에 대한 예방 효과와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해 신상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이날 전주환이 범행 당일인 지난 14일 노란색·회색이 함께 있는 양면 점퍼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전씨가 범행 직후 점퍼를 뒤집어 입어 감시를 피하려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경찰은 전씨가 범행 당시 지문 등을 남기지 않기 위해 장갑을 착용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씨의 신상 공개와 함께 이날 후속 대책도 내놨다. “현재 수사 중이거나 송치하지 않은 스토킹 사건을 전수 조사하고 피해자 보호 조치 강화 등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미 무혐의 판단을 내린 사건도 위험도를 재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전수 조사 대상은 현재 수사 진행 중인 스토킹 사건을 기준으로 서울이 400여 건, 전국 1700여 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전수 조사를 통해 피의자의 보복 위험이 있는지, 피해자 보호 조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는지 다각도로 검토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막을 수 있었는데…" - 19일 오후 서울 지하철 신당역 10번 출구에서 여러 시민 단체가 ‘신당역 여성노동자 스토킹 살해사건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참여자들은 ‘막을 수 있었던 범죄 국가가 죽였다’ ‘스토킹범죄 처벌과 피해자 보호 제발 강화’ 등 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서울경찰청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는 이날 신당역 살해 사건의 피의자 전주환(31)의 개인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장련성 기자

경찰은 또 스토킹 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해 ‘잠정조치 4호’(유치장·구치장 유치)도 더 적극적으로 신청하기로 했다. 현행법상 스토킹 범죄의 재발 우려가 인정될 경우 ‘경찰 신청, 검찰 청구, 법원 결정’을 거쳐 최대 1개월간 가해자의 인신을 구속할 수 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신청된 ‘잠정조치 4호’ 500건 중 절반이 넘는 275건(55%)이 법원 단계에서 기각됐다. 윤 청장은 “검찰, 경찰이 협의체를 만들어 사건 초기부터 대응해 잠정조치 4호 인용률을 높이겠다”고 했다.

경찰은 ‘긴급 잠정조치 신설’ 의견도 낼 방침이다. 초동 대응 현장에서 스토킹 가해자를 먼저 유치하고 사후에 법원의 판단을 받는 법적 장치를 만들자는 것이다. 현재 경찰이 ‘잠정조치’를 신청하면 법원 결정까지 2~5일 정도 걸리는데 ‘긴급 잠정조치’를 통해 그 공백을 없애자는 취지라고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근 경찰이 내놓은 스토킹 범죄 예방책이 ‘보여주기식’이나 ‘재탕’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스토킹 가해자가 신변 보호 중이던 여성의 집을 찾아가 가족을 살해한 사건이 불거졌을 때, 경찰은 이번처럼 스토킹 사건 전수 조사를 지시한 적 있다. 검찰도 신당역 사건 직전에도 스토킹 가해자를 격리하는 조치에 대해 주저했다. 지난 3~8월 옛 연인의 집에 찾아가 흉기로 협박한 적 있는 가해자에 대해, 검찰은 지난달 ‘초범’이라는 이유로 가해자를 유치장에 구치하겠다는 경찰의 잠정조치 신청을 기각했다. 하지만 신당역 사건 직후 법무부는 “스토킹 사건에서 구속영장을 적극 청구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