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뇌와 복부 등 온몸에 총상을 입은 70대 노인이 세 차례 수술 끝에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나물을 캐려고 인근 야산에 올라갔다가 고라니 사냥에 나선 유해조수단원이 쏜 산탄총알에 맞은 것이다.

21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12시 40분쯤 의정부성모병원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에 양주지역 주민 박모(72)씨가 119구급차에 실려 긴급 후송됐다. 센터 도착 당시 박씨는 머리와 복부 등 온몸에 여러 발의 총알에 맞았다. 출혈이 심각했고 혈압도 50㎜Hg 이하 등 위독한 상태였다.

박씨는 센터에 도착한 지 약 34분 만에 수술실로 옮겨졌다. 출혈을 막는 복부 수술이 먼저 진행됐다. 조항주 중증외상센터장 등 의료진들이 박씨의 배를 열어보니 1.5ℓ 이상 피가 고여 있었다.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가 지난 5일 고라니로 오인한 유해조수단원의 산탄총에 맞은 70대 노인이 세 차례 수술 끝에 사고 16일만인 21일 현재 산소호흡기까지 떼고 일반 병실에서 빠르게 회복 중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수술 과정에서 박씨의 오른쪽 옆구리를 뚫은 총알 1개가 구불구불한 소장을 관통하면서 5곳에 구멍이 확인됐다. 혈관이 많은 소장 주변 장간막이 손상되면서 출혈이 많았다.

의료진은 1㎜가량의 천공 5곳을 찾아 지혈하고 손상이 심한 소장 일부는 잘라냈다. 수술 중간에 갑자기 박씨의 심장이 멎는 등 위기 상황도 발생했다. 다행히 심폐소생술 15분 만에 다행히 심장 박동이 돌아왔다.

특히 총알 1개가 오른쪽 머리를 뚫고 들어와 우뇌를 관통했다. 의료진은 박씨의 두피와 코뼈, 엉덩이에 1개씩 박혀 있던 총알도 제거했다.

의료진은 다른 총알은 제거하면서도 소장과 뇌에 박힌 총알은 빼내지 않았다. 총알 위치를 알지만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고 오히려 제거 과정에서 민감한 부위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소장 천공이 잘 봉합됐는지 살피는 2차 수술과 두피 괴사 조직을 제거하는 3차 수술 등이 진행됐다.

수술을 마친 박씨는 지난 12일 자가 호흡과 가족을 알아보는 등 인지 능력이 확인돼 산소호흡기를 제거했다. 또한 15일에는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다만 우뇌가 일부 손상돼 아직 왼쪽 팔과 다리가 부자연스러운 상태다. 조항주 경기북부 중증외상센터장은 “외상환자 중에서도 고 위험군에 속할 만큼 중환자였는데 위기를 잘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사고 발생 당시 총을 쏜 유해조수단원은 야생동물 출몰 신고를 받은 양주시의 요청으로 포획에 나섰었다. 단원은 고라니를 포획하는 데 성공했지만 산탄총의 일부 유탄이 박씨에게 튀었다. 당시 박씨는 고라니와 약 1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나물을 캐고 있었다. 일반 총은 총알이 하나인 반면 산탄총은 크레모아 처럼 목표지점에서 수백발의 총알이 여기저기 사방으로 튄다.

경기도 양주경찰서는 유해조수단원을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받은 단원도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고 밝혔다”며 “현재 검찰 송치 여부 등은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