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음악 방송 PD의 신속한 대처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50대 남성 청취자 생명을 구했다.

지난 8일 오후 10시 10분쯤 라디오 생방송 중이던 도로교통공단 TBN 대전교통방송 신청곡 창에 문자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삶이 너무 힘드네요. 생을 마감하면서 듣고 싶습니다. 그래야 편히 갈 것 같아요. 비지스의 ‘홀리데이’ 틀어주세요”라는 내용이었다.

라디오 음악 방송 PD의 신속한 대처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50대 남성 청취자 생명을 구했다. /일러스트

이상한 낌새를 느낀 황금산(57) PD는 침착하게 ‘현재 상황을 자세히 알려주면 좋겠다. 노래는 30분 후에 준비하겠다’는 내용의 답장을 보냈다. 시간을 최대한 끌어보기 위해서였다. 그는 ‘힘을 내시라’는 글을 보낸 뒤 메시지 발신자에게 음성 통화를 시도했다. 연락이 계속 닿지 않자 황 PD는 경찰과 보건복지콜센터 ‘희망의 전화’에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빨리 조치해 달라”고 신고했다.

위치 추적에 나선 경찰은 메시지 발신자가 충남도 부여군 은산면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10여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경찰과 소방서 구급대원들이 승용차 뒷좌석에 쓰러져 있는 50대 남성 A씨를 발견했다. A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았고, 목숨을 건졌다.

나흘 뒤인 12일 오후 A씨는 TBN에 다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제가 그릇된 생각을 했습니다. 바보 같은 생각, 다시 하지 않을게요.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평소 음악 방송 애청자로, 경호 관련 일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A씨는 ‘죽는 것보다 사는 게 더 좋네요. 제 신청곡 안치환의 ‘오늘이 좋다’를 기분 좋게 들었습니다. 세상 참 아름답네요'라는 글도 올렸다.

황 PD는 “30년간 라디오 진행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며 “그분의 메시지가 ‘도와달라’는 뜻으로 느껴졌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