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이 치르는 2026학년도 대입부터 모든 전형에서 학교 폭력(학폭) 조치 사항이 반영된다. 학교생활기록부에 ‘학폭’이 적힌 학생에 대해 대학이 특정 전형의 지원 자격을 아예 제한할 수도 있다. 학폭을 저지른 학생은 대학 가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30일 이런 내용의 ‘2026학년도 대학 입학 전형 기본 사항’을 발표했다. 현행 고등교육법은 수험생 대비를 위해 대입 전형의 기본 사항을 입학 2년 6개월 전에 공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2026학년도부터 모든 대학은 학폭 조치 사항을 학생부(교과·종합)와 수능, 논술, 실기 등 모든 전형에 필수로 반영해야 한다. 현재 학생부 위주인 수시에선 학폭 사항이 반영되고 있지만, 수능 위주 정시에선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고2 대상인 2025학년도 입시에선 대학 자율로 반영하고, 고1 대상 2026학년도 입시에선 모든 대학이 의무적으로 학폭을 반영하도록 했다. 지난 4월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후보자의 아들 학폭이 불거진 이후 학폭에 대한 대입 불이익을 강화한 것이다.

대학마다 학폭에 따른 불이익은 자율적으로 정하면 된다. 학폭이 중대하면 서류 평가나 면접에서 많이 감점할 수 있다. 학폭을 저지르면 1호(서면 사과)부터 9호(퇴학)까지 조치를 받는데, 통상 6호 출석 정지 이상을 받으면 중대한 학폭으로 본다. 대학들은 내년 4월까지 학폭 반영 방법 등 2026학년도 대입 계획을 확정해 공개해야 한다.

대학이 학폭 기재 학생은 아예 특정 전형에 지원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이미 2025학년도 입시에서 이화여대 등 일부 대학이 ‘학교장 추천 전형’에서 학폭 기록이 있는 학생은 지원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런 대학이 늘어날 전망이다.

그래픽=박상훈

대학은 검정고시생에게도 학폭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고교 학생부를 필수 서류로 요구할 수 있다. 제출하지 않으면 불합격 처리해도 된다. 현재 대학들은 검정고시 출신에겐 학생부가 아닌 ‘학생부 대체 서류’를 작성해 오라고 하는데, 여기엔 학폭 사실은 기록되지 않는다. 교육부 측은 “학폭을 저지른 뒤 대입에서 불이익을 안 받으려고 자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학은 검정고시생에게 고교 학생부를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보통 대학들은 수시는 8월 말, 정시는 11월 말까지 기록된 학생부를 제출받는다. 그런데 학폭은 그 이후에도 발생할 수 있다. 교육부는 “학생부 기록을 반영하는 최종 시점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고 했다. 학생부 마감 이후에라도 중대한 학폭이 발생하면 대학이 판단해 반영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학폭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더라도 가해 학생에 대한 학교 측 조치는 바로 학생부에 기록된다. 대입 전형이 끝난 후에 소송 결과로 학생부 기록이 바뀌더라도 대학들이 소급 적용할 필요는 없다.

이처럼 학폭 기록이 대입에 불이익으로 작용하면 소송이 남발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자녀의 입시 불이익을 막으려는 부모들이 행정심판·행정소송을 거는 사례가 폭증할 수 있다. 서울 지역 한 고교 교사는 “지금도 학폭 진행 과정에서 자기 편에 서지 않은 교사에게 불만을 갖고 아동 학대로 고소하는 학부모까지 있다”며 “그런 고소·고발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일부 가정이 유리하다는 우려도 있다.

학폭 기록은 졸업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삭제되기 때문에 고3 수험생보다 재수생이 유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최근엔 학폭 기록 보존 기간이 강화되어 6호(출석 정지)·7호(전학) 조치는 졸업 후 4년간 보존하되, 심의를 받으면 졸업 때 삭제될 수 있다. 기존엔 2년이었다. 소년법상 보호 처분 기록은 대입에 반영 안 되는데, 학폭 조치는 반영되어 형평성 문제도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