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최근 2024학년도 대학 정원을 수도권 817명, 비수도권 1012명 등 1829명 늘린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등 산업계 수요가 높은 첨단 분야에 많은 인력이 배출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도 대학 입학 정원은 갑자기 1000명 이상 늘어난다. 학생 수가 급감하는데 경쟁력 있는 첨단 학과 정원이 1000명 이상 늘면 지방 사립대들의 학생 모집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신입생 충원이 안 되는 지방대는 더 부실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부실대 정리 정책은 지지부진하다.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부실대를 적극적으로 정리하면서 필요한 분야의 대학 정원도 늘려야 하는데, 지금 이대로면 부실대가 더 양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교육부는 2013년부터 신입생 충원율 등을 지표로 삼아 최하위 대학들을 ‘재정 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했다. 국가장학금 등 정부 지원을 끊는 방식으로 퇴출을 유도해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문 닫은 대학은 2000년 이후 20곳에 불과하다. 정부가 대학을 강제 폐쇄할 법적 근거가 없고, 대학이 스스로 문을 닫도록 유인할 정책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 부실 대학들이 계속 학교를 운영하면서 학생들은 질 낮은 교육을 받고 교직원들은 임금 체불 등으로 고통을 겪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립대들이 스스로 대학 운영에서 손을 뗄 수 있도록 ‘해산 장려금’ 같은 유인책을 줘서 자발적 퇴출을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부는 대학 운영이 불가능한 한계 대학을 현재 30여 곳 정도로 추산한다. 이런 부실 대학을 교육부가 강제 폐쇄할 수 있도록 한 ‘사립대 구조개선법’ 제정안이 작년 9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법안은 여야 의원들이 각각 발의했는데, 최근 정경희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해산 장려금’도 포함돼 있다. 대학이 문을 닫으면 자산에서 빚을 해소하고 교직원·학생 위로금까지 지급한 뒤 남는 부분의 30%는 정관이 정한 사람에게 장려금으로 주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런 법안이 올해 통과돼도 부실 대학에 대한 경영 진단 등을 거치려면 실제 적용은 2025년에야 가능하다고 한다. 그동안 부실대 문제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