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한 고교에서 교사가 수업 중 미국이 북한의 남침을 유도했다는 ‘6·25 남침 유도설’ 등 정치 편향적 발언을 했다는 신고가 들어와 교육청이 감사에 나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소속된 이 교사는 지난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적괴(敵魁·적의 우두머리) 마녀”라고 비난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견책’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지난 4일 강원도교육청에 고교 교사 A씨가 3학년 진로 수업 시간에 이런 내용의 발언을 했다는 민원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됐다. 1980년대 수정주의자들이 내놨던 ‘6·25 남침 유도설’은, 미국 국무장관 애치슨이 미 방위선인 애치슨 라인에서 한국을 의도적으로 제외, 북한의 남침을 유인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공개된 옛 소련의 기밀 문서를 통해 북한의 선제적 남침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자리 잡으면서 현재 역사계에서 남침 유도설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가설로 여겨진다. 민원 내용에 따르면 A씨는 이태원 참사에 대해 “미국의 사회 문화를 주입 받아서 발생한 일”이라고도 말했다고 한다.

A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남침 유도설에 대해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쓴 ‘한국 전쟁의 기원’에 나오는 내용들을 학생들에게 가르쳤을 뿐”이라며 “학생들에겐 충격일지 모르지만 알 만한 성인들은 다 알고 있는 상식적인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또, “핼러윈은 유럽과 중남미, 미국에서 기념하는 행사인데 우리나라가 저 중에서 미국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으니 미국 문화의 영향으로 발생한 사고였다는 설명이었다”고 했다.

A씨는 지난 2014년에도 “못된 애비한테 받은 잘못된 가정교육으로 삐뚤어진 인성을 지닌 적괴 마녀는 고집 불통, 소통 불가의 괴물 기계”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방하는 글을 학생들도 볼 수 있는 카카오스토리에 올려 논란을 일으킨 적 있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과거에 유사 내용으로 징계받은 적이 있음에도 사례가 반복된 것에 대해 위중하게 보고 있다”며 “지난 11일 해당 학교에 장학사가 방문해 조사했으며, 다음 주 초까지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행 헌법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교육기본법엔 ‘교육은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돼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