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전문대 동강대는 올 초 신입생 1000여 명 전원에게 첫 학기 등록금을 전액 면제해줬다. 2020년엔 정시 전형 신입생만 60만원씩 장학금을 줬는데, 올해엔 정시·수시 구분 없이 모두 ‘전액 장학금’을 줬다. 동강대는 “4년제 대학에 갈 학생들이 장학금 준다고 오진 않겠지만 비슷한 다른 전문대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유인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지방대 신입생 정원 미달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입학만 하면 성적이나 가계 형편과 상관 없이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주는 대학이 크게 늘었다. 13일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원하는 대학(전문대 포함)은 2020년 4곳에서 올해 14곳이 됐다. 2020년 이후 3년간 신입생 전원에게 전액이나 일부를 장학금으로 지급한 적이 있는 대학은 모두 85곳에 달했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 소재 대학은 한 곳도 없었지만 경기·인천에서 19곳이 나왔다. 나머지 66곳은 비수도권 대학이었다.

이처럼 대학들이 전원 장학금이란 고육책을 쓰는 이유는 학령 인구가 줄면서 대학 입학 정원이 수험생보다 많은 역전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입에서 신입생 미달 규모는 역대 최다인 4만586명이었다. 현재 고2가 치르는 2024학년도 대입 정원은 47만여 명이지만,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등을 보면 ‘대학 입학 가능 인원’은 37만명 정도다.

이런 여파로 비수도권 지방 대학을 중심으로 신입생을 모집하기 어려워지자 2~3년 전부터 첫 학기 등록금을 아예 안 받는 곳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런 파격적인 혜택을 주지만 지방대 신입생 모집 사정은 더 악화되고 있다. ‘신입생 전원 장학금’ 제도를 도입한 대학들 신입생 충원율 추이를 보면 제도 도입 이후 충원율이 유지되거나 오른 곳은 16곳(18.8%)뿐이었다. 10개 중 8개 대학은 신입생 미달 폭이 더 커졌고, 3년 새 충원율이 44.4%나 감소한 대학도 있었다.

현재 각 대학은 14년째 이어지는 대학 등록금 동결 정책 탓에 재정난이 심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등록금을 올려 받기는커녕 면제해주는 이유는 교육부 대학 평가 때문이다. 교육부는 이 평가에 따라 한 해 평균 48억원(전문대 37억원)을 각 대학에 지원하는데 신입생 충원율이 중요한 지표다. 몇 점 차이로 재정 지원 사업 당락이 결정되기도 한다.

내년 입시에서도 지방대들 고전은 이어질 전망이다. 종로학원이 지난 9월 마감한 수시 원서 접수 결과를 분석한 결과, 수도권 대학 경쟁률은 14.3대1, 비수도권 대학은 5.7대1로 최근 3년 중 격차가 가장 컸다. 수시 모집 때 한 명이 대학 6곳까지 중복 지원할 수 있어서 입시 업계에선 경쟁률 6대1 미만을 사실상 ‘미달’로 본다.

지자체 차원에서 지방대 경쟁력을 회복시키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학은 지역에 청년들을 유입하고 지역 산업과 연계해 경제를 활성화하는 지역 발전 거점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방 정부 교육 투자는 유·초·중·고에 몰려 있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7개 광역지자체는 각 시·도 교육청에 각종 전출금으로 13조1661억원을 지급했다. 2017년 11조3675억원에서 4년 만에 13.7% 늘었다. 이에 비해 대학 투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 고등교육(대학) 실투자액은 2017~2019년 기준 3000억원 안팎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