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로 기소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 측이 17일 서울고법 형사6-1부(재판장 정재오)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고발 사주 사건의 경위를 확인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 검사장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부인의 명예를 훼손한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김웅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 측에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김 의원에게 고발장을 받은 조성은씨가 이를 언론에 제보하며 의혹이 불거졌다. 1심은 손 검사장의 고발장 작성‧전달 사실을 인정하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변호인은 이날 “손 검사장이 고발장 작성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제출한 정황 증거만으로 손 검사장이 고발장을 작성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1심은 손 검사장과 김 의원 사이 ‘제3자 가능성’을 인정하고도 (고발장 관련) 책임을 물었다”고 말했다. 손 검사장이 아닌 다른 인물이 고발장 등을 김 의원 측에 넘겼을 수 있다는 취지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손준성과 김웅 사이) 제3자의 존재 가능성을 일축할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손 검사장이 (고발장 등이 담긴) 텔레그램 메시지를 김 의원에게 전송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공수처 검사는 “텔레그램 메시지 전송 기록 등을 보면 손 검사장이 누군가로부터 받은 것을 반송했거나, 제3자가 개입해 그대로 김 의원에게 갔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공수처는 또 “손 검사장이 김 의원을 통해 미래통합당 측에 고발장을 전달한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실행 행위에 착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본 1심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손 검사장이 김 의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제3자’가 있었는지 여부를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공수처는 손 검사장이 김 의원에게 텔레그램으로 (고발장 등) 정보를 보냈다고 기소했는데, 이를 직접 전송했다는 것인지 제3자를 통해 전송했다는 것인지가 문제”라며 “원심은 이 부분을 명확하게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3자 개입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김 의원과 조성은씨를 2심에서 다시 한번 증인으로 소환해 신문해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손 검사장이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것은 유무죄 판단에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1심 재판 과정에서 손 검사장이 압수당한 휴대전화 암호 해제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공수처 출범 후 검찰청과 정면 대립하는 관계에서, 검찰이 협조하지 않는 경우 수사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에 대해 헌법‧법률은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