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문 공수처 수사2부장. 2021.9.3/연합뉴스

공수처 출범 초기 2년간 부장검사와 인권수사정책관을 지낸 김성문(사법연수원 29기) 변호사가 최근 회고록에서 “공수처는 국민 신뢰를 얻지 못했고 수사 성과도 부족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의 회고록은 온라인에서 이용자들의 질문을 받아 답변한 내용을 모아 지난 11일 전자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김 변호사는 공수처가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한 사례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들었다. 이 사건은 2020년 9월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서해에서 표류하다 북한군 총격을 받아 사망했는데 문재인 정부가 자진 월북으로 몰아갔다는 내용이다. 김 변호사는 “이 사건은 군과 경찰의 고위 공무원 등이 관련돼 있어 공수처가 수사할 만한 사건이라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유족들이 공수처 수사를 강력히 반대해 결국 검찰이 사건을 수사했고, 당시 큰 좌절감을 느꼈다”고 했다. 이대준씨 유족은 2022년 6월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공수처장이 (사건을) 수사한다면 유족에 대한 2차 가해”라고 한 바 있다.

김 변호사는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으로 공수처가 수사 중인 이종섭 전 주(駐)호주 대사와 관련해서는 “당사자가 조사를 자청하고 있음에도 (공수처가) 소환 조사를 진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공수처가 출국 금지 연장을 주장할 명분은 없다고 본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2021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공수처를 지휘했던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에 대해서는 “이견을 내지 않는 검사와 수사관들 위주로 TF팀을 구성해 각종 수사를 진행하며 그럴듯한 성과에만 매달렸다”면서 “공수처의 미래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팽배해졌지만, 지휘부는 어떠한 비전을 제시하거나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2000년 검사에 임용돼 서울중앙지검, 부산지검, 대구지검 등에서 총 16년간 근무한 뒤 변호사 개업을 했다가 2021년 4월부터 작년 5월까지 공수처에 근무했다. 그는 공수처에서 퇴직하면서 “공수처 근무 기간은 공직 생활 중 몸은 가장 편했던 반면 마음은 가장 불편했던 시기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