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서 1948년 8월 15일이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표현된 부분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편찬위원장 동의 없이 수정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교육부 직원들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전경 /뉴스1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교육부 전 과장급 직원 A씨, 지방교육청 교육연구사 B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16일 확정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교육부에서 교과서 정책을 담당했던 A씨는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17년 9월∼12월, 이듬해 초교 6학년 사회 교과서 속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꾸는 등 213곳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발행사 직원에게 편찬위원회 협의록에 편찬위원장 도장을 임의로 찍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당시 편찬위원장이었던 박용조 진주교대 교수가 자신의 동의 없이 교육부와 출판사가 교과서 내용을 수정했다며 이의를 제기하면서 알려졌다. 교육부 측이 박 교수에게 수정을 요청했으나, 박 교수는 “지난 정권에서는 대한민국 수립으로 고치라고 하더니, 정권이 바뀌니까 이번에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고치라는 것이냐”라며 거부했다는 것이다.

1심은 A씨와 B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으나 2심은 무죄로 판단했다. 2심 법원은 “피고인들은 교육부 장관에게 주어진 교과서 수정·보완권을 위임받아 행사한 것이고 궁극적으로 2009 교육과정 성취 기준에 맞게 교과서를 수정하려고 한 것이므로 위법한 직권 행사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편찬위원장 도장을 임의로 찍게 시킨 혐의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들이 직접 지시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라며 무죄로 봤다.

이에 검찰이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이날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