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뉴스1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 핵심 피의자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피고인 신문 절차가 2일 또 연기됐다.

이 전 부지사는 이날 오후 건강 문제를 호소하며 재판 연기를 요청해 재판부가 받아들였다. 지난 기일이었던 3월 29일 재판도 이 전 부지사의 건강 문제 때문에 예정됐던 피고인 신문을 하지 못하고 공전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이 전 부지사의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61차 공판을 열었다.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에 “건강 상태가 어떠냐”고 물었고, 그는 “괜찮은 거 같다”며 “위가 안 좋아서 병원가서 내시경 받고, 결과를 보고 치료할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재차 “(피고인)신문 받는데 지장이 없냐”고 물었고, 이 전 부지사는 “네”라고 했다.

이 전 부지사는 그러나 오후에 속개된 재판에서 검찰의 피고인 신문 절차가 마무리되자, “지금 설사가 또 났다”며 “쉬거나, 변호인 신문을 짧게 하거나, 목요일에 짧게 하는 거로 양해해달라. 기력이 빠져서 판단이 잘 안 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육안으로 보기에도 피고인 안색이 좋지 않다”면서 “피고인의 건강문제는 이미 얘기가 됐고, 악화되면서까지 (재판을)하는 건 맞지 않다”며 재판을 연기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가)희망하는 건 목요일(4일)에 변호인의 피고인 신문 절차가 마무리되는 것”이라며 “절차 진행에 따라 탄력적으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당초 이날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의 피고인 신문을 모두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재판부가 예고한 일정에 따르면 오는 4일 검찰의 구형과 이 전 부지사 측의 최후 변론이 이뤄질 예정이다.

서울 용산구 쌍방울그룹 본사. /뉴스1

검찰은 이날 이 전 부지사의 뇌물 혐의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와 차량 등을 제공받았다고 했고, 이 전 부지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하거나, 쌍방울이 아니라 (자신의)측근인 문모씨가 제공받은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 전 부지사는 불법 대북송금 혐의 외에도,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 여러 개를 제공받아 수억원을 쓰고, 카니발 등의 법인차량을 제공받는 등 뇌물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부지사는 이를 전면 부인하며 “쌍방울 법인카드는 문씨가 쓴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검찰은 문씨가 이 전 부지사를 사적으로 수행한 비서라고 했고, 이 전 부지사는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문씨가 검찰 조사에서 수행 비서라고 인정했다”며 “문씨가 잘못 알고 있는 거냐”고 물었고, 이 전 부지사는 “전혀 저하고 관계가 없다”고 했다. 검찰은 문씨의 통신내역 등을 제시하며, 이 전 부지사가 대표이사로 근무했던 고양 킨텍스 및 사택 주변의 기지국을 비롯해, 그의 동선과도 겹친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2018년 9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이 전 부지사의 자택에서 사용된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부지사는 “정확하진 않지만 문씨가 결제했거나 했을 수 있다”고 했다가, 검찰이 “결제할 때 문씨가 같이 있었느냐”고 묻자, “그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검찰은 또 서울의 한 가전매장에서 쌍방울 법인카드로 냉장고와 에어컨 등을 구매한 이력을 제시하며, “피고인의 주소지로 배송된 사실이 확인된다”고 했다. 이 전 부지사는 “그런 기억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이 확보한 이 전 부지사의 휴대전화에는 그가 자택에서 TV홈쇼핑을 보다가 촬영한 에어컨 사진이 저장돼 있었고, 쌍방울 법인카드로 결제한 에어컨 모델명과 일치했다.

검찰이 “이건 몰랐느냐”고 묻자, 이 전 부지사는 “문씨가 사준 것”이라며 “거절했어야 했는데, 잘못된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이 “문씨가 쌍방울 카드로 냉장고나 에어컨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냐”고 묻자, 이 전 부지사는 “그건 몰랐다”고 했다.

검찰은 또 쌍방울 명의의 카니발 차량에 이 전 부지사가 거주하는 아파트 주차 스티커가 부착된 사진 등을 증거로 제시하면서 차량을 제공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부지사는 “아마 제 와이프하고 운전기사 A씨가 그랬을(스티커를 붙였을) 것”이라며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