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문 전 용인시장.

‘1조4000억원대 세금 낭비’ 논란을 빚었던 용인 경전철 사업과 관련, 이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던 전(前) 용인시장, 수요 예측을 잘못한 한국교통연구원과 소속 연구원들에 대해 “용인시에 214억여 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지자체의 민간 투자 사업 실패에 대해 지자체장과 연구 기관의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다. 법조계에서는 “지자체장의 치적 쌓기용 사업 추진에 경종을 울린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10부(재판장 성수제)는 14일 용인 주민소송단이 용인시장을 상대로 “경전철 사업 책임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라”며 제기한 주민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재판부는 “(현) 용인시장은 이정문(2002~2006년 재임) 전 시장, 교통연구원과 소속 연구원들에게 총 214억6800여 만원을 용인시에 지급하도록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판결했다.

용인시는 2004년 경전철 사업 시공사인 캐나다 봄바디어 컨소시엄에 과도한 비율(수요 예측 치의 90%)의 최소 수입을 보장하는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2013년 경전철이 개통됐지만 이용객이 예측 치에 크게 못 미치면서 막대한 적자가 발생했고, 용인 시민들은 1조32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민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 전 시장은 최소 수입 보장 협약에서 중대한 과실을 저질렀고, 교통연구원과 소속 연구원들은 비(非)합리적 방법으로 수요를 예측하는 과실을 저질렀다”고 했다.

이날 판결은 재상고 이후 대법원 재판을 거쳐 확정될 전망이다. 주민 소송단이 최종 승소하더라도 바로 손해배상을 받는 것은 아니다. 용인시장이 이 전 시장 등에게 배상금을 청구해도 주지 않을 경우, 따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이 역시 3심제로 진행되기 때문에 재판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