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6일 이적(利敵) 표현물을 소지·취득한 사람을 처벌하는 ‘국가보안법 7조 5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 조항에 대해 재판관 9명 가운데 4명은 ‘합헌’, 5명은 ‘위헌’ 의견을 냈다. ‘위헌’이 다수였지만, 위헌 결정 정족수 6명에 1명이 모자라 합헌 결정이 났다.

합헌 의견을 낸 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형두 재판관은 “이적 표현물 조항 중 ‘소지·취득’에 대한 부분이 더 이상 이념적 성향에 대한 처벌 수단이나 소수자를 탄압하는 도구로 악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들은 또 “최근 증가하고 있는 전자 매체 형태 이적 표현물의 경우 소지·취득과 전파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거의 없고, 전파 범위나 대상이 어디까지 이를지도 예측할 수 없어 이를 금지할 필요성은 종전보다 커졌다”고도 했다.

반면, 유남석 헌재소장과 정정미 재판관은 “이적 표현물 소지·취득 행위는 내심의 영역에서 양심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지식 정보를 습득하거나 보관하는 행위”라면서 “외부로 표현되고 실현되지 않은 상태에서 처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위헌으로 판단했다. 이적 표현물의 유포·전파를 금지하고 처벌함으로써 국가 안전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국가보안법 7조 5항의 이적 표현물 ‘소지·취득’뿐만 아니라 ‘제작·운반·반포’한 사람을 처벌하는 조항도 위헌이라고 봤다. 위헌 의견을 낸 5명 중 정정미 재판관을 제외한 4명은 진보 성향 법관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됐다. 정 재판관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지명했고 지난 4월 임명됐다.

헌재는 이날 국가보안법 7조 1항 이적 행위 조항과 7조 5항의 이적 표현물 ‘제작·운반·반포’에 대해선 재판관 6(합헌) 대 3(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또 국가보안법 2조 1항 반국가 단체 조항과 7조 3항 이적 단체 가입 조항에 대해선 헌법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각하(却下)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