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판사 성향이 어떤가요?”

몇 년 전부터 변호사들은 의뢰인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판사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재판 결과가 달라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담당 판사의 출신 지역과 학교 등은 물론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여부까지 찾아본다. 최진녕 변호사는 “특히 집회 관련이나 명예훼손 사건 등은 어떤 재판부에 배당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믿기 때문에 판사 성향을 직접 알기 어려운 경우 법원 내 아는 사람을 통해 파악하기도 한다”고 했다.

판사 성향에 따라 재판 결과가 달라지는 경향은 하급심뿐 아니라 대법원도 마찬가지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민변 회장 출신인 김선수 대법관을 비롯한 진보 성향 대법관들이 다수를 차지하면서 노동 사건은 어떤 형태로 회사에 불리한 판결이 나올지 모르는 ‘지뢰밭’으로 통한다고 한다. 진보 성향이 아닌 주심 대법관에게 배당되면 ‘로또 당첨’이라고 할 정도다. 한 노동 전문 변호사는 “일부 기업들은 김 대법관을 피하기 위해 그의 동생과 동생 배우자가 근무하는 대형 로펌 변호사를 일부러 선임하기도 한다”고 했다. 대법원 내부 방침상 특정 대법관의 2촌 이내 친인척이 재직 중인 로펌 변호사가 선임된 사건은 그 대법관이 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에서 이례적인 중형 선고로 논란이 된 박병곤 판사도 정치 성향이 판결에 반영된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이처럼 판사의 정치 성향이 그대로 판결에 반영되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판사에 대한 정보를 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연방 항소법원 홈페이지에는 판사 출생지와 교육 과정, 가족 관계를 비롯해 지명 과정, 저서, 언론 보도 등이 모두 공개돼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법조인 인명 정보에는 출생 연도와 출신 학교, 근무지 등만 나타나 있다. 대법원은 판사가 특정 학회 소속인지 여부도 공개하지 않는다. 한 판사는 “정보 공개 범위를 확대하면 판사가 최소한 평소 개인 성향을 판결에 그대로 반영하지 않도록 스스로 조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