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지난 16~17일 서울 도심에서 인도를 점거한 채 ‘1박 2일 노숙 집회’를 열었는데, 야간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조항은 13년째 입법 공백 상태로 18일 확인됐다.

헌법재판소는 2009년 9월 해가 뜨기 전이나 진 후 옥외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일몰 후부터 일출 전까지 옥외 집회·시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은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너무 광범위하게 제한하기 때문에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었다. 다만 해당 조항을 바로 무효로 하면 입법 공백 상태가 발생하기 때문에 2010년 6월 말까지 효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국회가 법 개정을 하도록 시간적 여유를 줬다. 그러나 이후 여야가 합의하지 못해 해당 조항은 효력을 상실했고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는 야간 집회·시위 금지 여부에 대한 근거 규정이 없다. 경찰이 교통 소통 등을 이유로 야간 집회·시위에 대해 금지 통고를 하더라도 법원은 이 가운데 상당수에 대해 전부 또는 일부 허용 결정을 내리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는 ‘해가 지자마자 모든 집회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지 새벽에 하는 집회까지 모두 허용하라는 것이 아니었다”면서 “국회가 입법 의무를 방기하면서 새벽 집회 신고마저 받아줘야 할 형편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소가 2009년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을 때에도 재판관 9명 가운데 4명은 공공 질서를 해칠 개연성이 높다는 등의 이유로 야간 집회·시위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도 자정부터 오전 7시까지 옥외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법 개정안을 2016년 추진한 바 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도 자정부터 해가 뜨기 전까지 집회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을 2020년 4월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에 제안했다. 그러나 시민 단체 등의 반대로 법 개정은 결국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