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석 의원, 이성만 의원

검찰이 2021년 5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 ‘돈 봉투’가 살포됐다는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12일 정치자금법 위반 및 정당법 위반 혐의로 2021년 송영길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던 민주당 윤관석 의원(인천 남동을)과 이성만 의원(인천 부평갑), 송영길 전 대표 보좌관 박모씨 등 10여 명의 자택과 사무실 20여 곳을 압수 수색했다. 압수 수색 영장에는 윤·이 의원이 모두 피의자로 적시돼 있다고 한다.

검찰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 의원 등이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을 통해 강래구 한국공공기관감사협회장에게 6000만원을 전달받아 민주당 현역 의원 10명에게 건넨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의원 1인당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두 차례 전달한 정황을 확보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와 별개로 강래구 협회장이 여러 경로로 대의원 등 전당대회 관계자들에게 수십만 원이 든 돈 봉투를 줬고 그 금액이 3000만원에 이른다는 정황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사건을 정당 내 금권 선거와 관련한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반부패수사2부에 검사 6명을 추가로 투입, 자금의 최종 사용처를 확인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이 지역구인 윤관석 의원, 이성만 의원과 이정근씨 모두 당시 송영길 당대표 후보 캠프에서 선거 운동을 도왔다. 당시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됐고, 이후 윤 의원은 사무총장에 임명돼 당의 조직과 자금을 관리하는 역할을 했다. 인천 시의원 출신인 이 의원은 윤 의원과 마찬가지로 ‘송영길계’로 알려져 있다. 송 전 대표는 인천시장과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정근씨는 송영길 대표 체제에서 사무부총장에 임명됐다.

이번 의혹은 검찰이 지난해 이정근씨의 10억원 규모 불법 정치자금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포착됐다. 검찰은 이씨의 휴대전화 여러 대를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강래구 협회장이 이씨에게 “봉투 10개가 준비됐으니 윤 의원에게 전달해 달라”고 말한 통화 녹음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윤 의원에게 6000만원이 전달된 날, 이씨가 송영길 전 대표 보좌관 박모씨에게 “전달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도 확인했다고 한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 이후 윤·이 의원, 강 협회장과 이정근씨 등을 불러 자금의 실체를 확인할 전망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가 송 전 대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씨의 휴대전화에선 3만개가 넘는 녹음 파일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일부는 지난달 불구속 기소된 노웅래 의원의 뇌물 수수 혐의 사건, 검찰이 수사 중인 이학영 의원의 취업 특혜 사건 등에 대한 수사로 이어졌다고 한다.

윤·이 의원은 이날 압수 수색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의혹을 부인했다. 윤 의원은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저는 아무 관련이 없다”면서 “오로지 사건 관련자의 진술에만 의존해 이뤄진 비상식적인 야당 탄압 기획 수사와 무차별적인 정치 검찰의 압수 수색을 규탄한다”고 했다. 이 의원도 “이정근씨와 관련한 의혹들과 저는 전혀 관련이 없으며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이정근씨는 사업가 박모씨에게 10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옥곤)는 이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특가법상 알선수재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하고 9억8000여 만원을 추징했다. 검찰은 이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는데, 재판부가 이보다 높은 형을 선고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씨가 집권 여당이자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고위 당직자의 지위를 이용해 10억원에 이르는 금품을 수수했고, 일부는 이씨가 적극적으로 요구했다”면서 “더구나 수사 과정에서 증거 인멸을 하기도 했고, 공판 과정에서도 객관적 증거에 반하는 주장을 하면서 범행을 부인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씨는 2019년 12월부터 작년 1월까지 각종 사업과 인사 청탁을 명목으로 사업가 박씨에게 수십 회에 걸쳐 9억4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또 21대 총선을 앞둔 2020년 2~4월 선거 비용 명목으로 3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중 일부 자금은 돈의 성격이 겹친다고 보고 수수액을 총 10억원으로 산정했다. 이씨 측 변호인은 판결 직후 “항소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