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 선고일인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자리하고 있다. 2023.03.23 /남강호 기자

국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이 정당했는지에 대한 권한쟁의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일부 권한침해를 인정했다.

헌재는 23일 대심판정에서 국민의힘 유상범, 전주혜 의원이 국회의장과 국회 법사위원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 선고에서 국회 법사위원장의 가결선포행위에 대해서는 재판관 5대 4로 권한침해를 인정하고 국회의장의 가결선포행위는 4대 5로 기각했다.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의 가결선포행위에 대한 무효확인청구 역시 4대 5로 모두 기각했다.

작년 4월 29일과 5월 3일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검찰청법, 형사소송법은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6대 범죄에서 부패·경제 2대 범죄로 줄였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소수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는지 여부와 검사의 수사권한 침해 여부다. 국민의 힘은 입법 과정에서 민주당 소속이던 민형배 의원이 위장탈당을 한 뒤 여야 동수로 구성하도록 한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하는 등의 입법 절차 흠결이 중대한 만큼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으며 법률이 무효라는 입장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그에 더해 검수완박 법률로 인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검사의 수사 권한이 침해됐고 이로 인해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도 공백이 생겼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 국회 측은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 국회법 위반은 없었으며 심의표결권 침해도 없고 검사의 수사권은 헌법에 명시적 근거가 없어 위헌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헌재는 국민의힘 권한쟁의 사건에서 법사위원장의 가결 선포행위가 국회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인정하면서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다.

법무부와 검찰의 청구에 대해서는 권한 침해의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각하했다.

법사위원장의 권한 침해와 관련, 이선애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재판관과 이미선 재판관은 “법사위원장은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인 지위에서 벗어나 안건조정위원회에 관하여 미리 가결의 조건을 만들어 실질적인 조정심사 없이 조정안이 의결되도록 했다”며 이는 토론절차를 거치도록 한 국회법 위반이라고 했다.

아울러 민형배 의원의 ‘위장탈당’에 대해서도 “민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안건조정위 정족수를 충족시킬 의도록 민주당과 협의하여 탈당했다”며 “법사위원장은 이런 서정을 알고도 검사의 수사권을 폐지 또는 축소하려는 내용의 입법이 민주당의 당론에 따라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민 의원을 조정위원을 선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권한 침해행위가 무효인지를 두고는 이미선 재판관이 의견을 달리하면서 결국 기각됐다.

이 재판관은 “심의표결권 침해는 인정되나 그 정도가 법률안 심의·표결권이 전면 차단돼 국회 기능을 형해화할 정도는 아니다”며 “국회의 입법형성권을 존중하기 위해 기각한다”고 했다.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아예 권한 침해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국회의장에 대한 권한침해 확인 및 법안 가결선포 무효확인 청구는 모두 기각됐다.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짧은 회기라고 위헌·위법한 회기로 볼 수 없고 적법하게 결정된 회기가 종료돼 무제한토론이 종결됐으므로 무제한 토론권한이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헌법상 다수결 원칙을 중대하게 위반했고 무제한 토론 및 수정동의에 대한 국회법을 위반했다”며 “다수당의 당론에 입각한 일방적 입법추진이 반복될 수 있어 가결선포행위를 무효로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