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것은 2021년 9월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한배’를 탔던 정진상씨와 유동규씨는 검찰 수사를 앞두고 ‘대장동 의혹’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긴밀하게 움직였던 것으로 20일 전해졌다.

유동규(전 성남도개공 본부장)씨는 2021년 9월 29일 첫 압수수색을 당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정진상(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씨는 그 며칠 전 유씨에게 “믿을 만한 기자를 보낼 테니 인터뷰를 하라”고 지시하며 한 인터넷 매체의 A 기자 연락처를 전달했다고 한다.

해당 인터넷 매체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현 민주당 대표)에게 우호적이란 평가를 받는 곳이었다. 그때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한 이 지사에게 ‘대장동 의혹’은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었고, 정진상씨가 여론 전환용으로 유씨에게 해당 매체와의 인터뷰를 ‘지시’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유씨는 2021년 9월 28일 오후 3시쯤 A 기자와 전화 통화를 했다고 한다. 해당 매체는 그 통화 내용을 바탕으로 이틀 뒤 “대장동 사업에 대해 잘못된 보도가 나오고 있다” “성남시는 사업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5500억원의 이익을 환수했다”는 유동규씨 주장을 기사화했다.

아울러 유씨와 A 기자는 전화 통화를 하면서 “오늘(9월 28일) 밤 수원컨벤션센터 앞에서 만나 인터뷰를 하자”고 약속했다고 한다. 그런데 유씨는 인터뷰 장소에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씨는 그 이유를 그날 정진상씨와 통화 때문이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는 “A 기자와 인터뷰를 하러 가기 전에 정진상씨와 연락이 닿았는데 정진상씨가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가 녹취록을 다 들고 검찰에 들어갔다’고 말하는 바람에 저는 ‘이 상황에 A 기자를 만나는 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인터뷰 장소에 나가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유씨는 또 “(당시) 정씨에게 ‘굉장히 심각하다. (수사하면) 김용씨가 돈을 가져간 게 다 나올 텐데’라고 말했다”는 진술도 했다고 한다. 유씨는 지난 14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재판에서도 비슷한 증언을 했다.

유동규씨는 인터뷰 장소에 나가지 않은 다음 날인 2021년 9월 29일 주거지 압수수색을 당했다. 검찰은 그날 새벽 정진상씨가 유씨와 세 차례 텔레그램 통화를 시도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에 대해 정씨는 검찰에서 “해당 인터넷 매체에서 유씨와 인터뷰하기로 했는데 연락이 안 된다면서 (이재명 캠프) 언론 특보를 통해 연락이 와서 (유씨와) 통화를 시도한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정씨는 압수수색을 당하기 직전 유씨와의 통화에서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한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도 기소돼 있다.

정씨가 2021년 9월 28일 유씨와의 통화에서 ‘정영학 녹취록 제출’을 거론한 것을 놓고, 당시 수사 상황이 유출됐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정 회계사가 녹취록을 제출한 것은 그해 9월 26일인데 이틀 사이에 정진상씨가 이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에 대장동 사건 재수사가 진행되면서, 문재인 정권 당시 초기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중앙지검 수뇌부와 이재명 대표 측 인사 간의 ‘유착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한 법조인은 “앞으로 수사로 규명돼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