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9월 관련자들이 기소된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사건의 1심 재판이 1년 6개월째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이 사건은 박모씨 등 청주 지역 노동계 인사 4명이 북한 공작원과 해외에서 접선한 뒤 지하조직을 만들어 반(反)국가 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한 법조인은 “통상 형사 1심 합의부 재판은 7개월 안팎이 걸리는데 ‘충북동지회 사건’ 재판은 하세월”이라고 했다. 특히 작년 8월 이후 지금까지는 재판이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고 한다.

주된 이유는 피고인들이 재판부를 바꿔 달라며 두 차례에 걸쳐 낸 ‘기피(忌避) 신청’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두 번째 기피 신청은 대법원으로 넘어간 지 80일이 지났는데도 결론이 나오지 않는 등 절차가 상당히 늦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첫 기피 신청은 작년 1월 피고인 중 3명이 1심 재판부인 청주지법 형사11부를 상대로 냈다. 이 신청은 1심(심리 기간 17일), 2심(21일)을 거쳐 작년 3월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가 심리 9일 만에 최종 기각했다. 총 47일이 걸렸다.

그런데 작년 3월 법관 인사로 청주지법 형사11부 소속 판사들이 바뀌자, 피고인들은 그해 9월 두 번째 기피 신청을 냈다. 이 신청은 1심과 2심에서 각각 60일, 19일 만에 기각됐다. 피고인들이 불복하면서 기피 신청은 작년 12월 28일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로 올라갔다.

이후 80일이 흘렀지만 이 대법관은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기다리다 지친 검찰은 지난달 1일 기피 신청 건을 서둘러 처리해 달라는 ‘신속 결정 요청’ 의견서를 대법원에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법원 안팎에서는 “재판 지연 목적이 뚜렷해 보이는 상습적 기피 신청에 대해 이 대법관이 너무 뜸을 들이는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국보법 위반 사범 출신 1호 대법관’이란 이흥구 대법관의 과거 이력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 대법관은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인 1985년 서울대 이념 단체였던 ‘민주화 추진위원회’ 소속으로 서울 구로공단 노동조합 파업을 지원하며 머리띠, 각목 등을 준비한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 3년, 2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뒤 1987년 특별 사면됐다.

이후 1990년 사법시험에 합격, 1993년 판사로 임용되면서 ‘국보법 위반 1호 판사’로 알려졌다. 대구고법과 부산고법의 부장판사를 거쳐 2020년 대법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