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지난 16일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네이버 등 기업 4곳이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의 요구에 따라 뇌물을 제공했고 그 액수도 이 대표가 일방적으로 정해줬다는 정황을 영장 청구서에 적시한 것으로 17일 전해졌다. 영장 청구서에서 검찰은 “성남FC 불법 후원금과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사건은 이 대표를 정점으로 하는 조직적 범죄” “이 대표는 부패한 지방 정치인” 등의 표현을 썼다고 한다.

이 대표는 현역 국회의원으로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이 있기 때문에 법원이 영장 실질심사를 하려면 체포 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법원은 이날 이 대표에 대한 체포 동의안을 검찰로 보냈다. 이 동의안을 법무부가 대통령 재가를 받아 국회에 내야 한다. 체포 동의안 표결을 위한 국회 본회의는 오는 27일 열릴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23년 2월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도착해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의혹과 관련해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 청사에 도착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李, 성남FC 불법 후원금 액수도 지정”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은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네이버, 두산건설, 차병원, 푸른위례프로젝트 등 기업들에 인허가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성남FC에 133억5000만원의 불법 후원금을 내게 했다는 혐의를 뜻한다. 검찰은 특히 네이버의 성남FC 후원금과 관련해 이 대표에게 세 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네이버가 신사옥을 지은 분당구 정자동 부지와 관련해 “이 대표 등이 네이버에서 건축 인허가, 용적률 상향, 자동차 진출입로 변경 등 부정한 청탁을 받고 네이버에 40억원을 성남FC에 공여하게 했다”는 내용을 영장 청구서에 담았다고 한다. 네이버는 2015~2016년 청탁이 성사될 때마다 10억원씩 네 차례에 걸쳐 성남FC에 돈을 냈다. 이 대표에게는 ‘제3자 뇌물 수수’ 혐의가 적용됐다.

네이버가 성남FC에 건넨 40억원은 이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제윤경 전 의원이 운영하는 사단법인 ‘희망살림’을 거쳐 성남FC에 전달됐다. 검찰은 불법 뇌물을 정상적인 기부금으로 꾸몄다며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봤다. 그러면서 “이 대표 등이 저소득층 부채 탕감 운동을 표방하는 희망살림을 경유 단체로 활용하면 정치적 성과로 포장해 홍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검찰은 네이버가 2014년 분당구 구미동에 교육 기관 설립을 위해 부지 매입을 시도했을 때도 이 대표 등이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네이버에 50억원을 성남FC에 내라고 요구했다는 혐의도 있다고 했다. 당시 네이버 대외 협력 이사이던 윤영찬 민주당 의원이 성남시가 지역구인 김태년 의원을 통해 이 대표에게 네이버의 민원을 부탁했다고 검찰이 영장 청구서에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성남시가) 구미동 부지를 네이버에 매각할 경우 네이버의 구체적 기여 방안을 원한다’는 이 대표의 입장을 네이버 측이 윤 의원을 통해 확인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네이버 재직 시에 사옥 건립이나 성남FC 후원에 관여한 사실이 없고 이재명 당시 시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김 의원도 “네이버와 관련한 어떤 부탁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검찰 “이 대표는 부패한 지방 정치인”

검찰은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공적 자원인 자치 권한이 부패한 정치인 또는 그와 유착한 민간 업자나 기업체의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또 “(이 대표가) 측근 정치와 밀실 행정을 통해 위법·부당한 정책 결정을 했다”면서 “지방 정치인의 권한 남용을 통제·억제하기 위해 헌법과 법률에 마련된 각종 견제 장치를 훼손하고 무력화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치 공무원 등을 선발함에 있어 엄격한 심사와 검증을 거쳐야 함에도 측근인 정진상씨 등을 형식적 심사만으로 임용함으로써 인사권을 남용했다”고 했다.

이 대표와 측근들의 증거 인멸도 영장 청구서에서 지적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제1 야당 대표로서 우리나라 최고 정치 권력자 중의 한 명인 바, 그 영향력을 이용해 사건 실체를 조직적으로 은폐해 왔고 향후에도 주요 관련자를 상대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못하게 하거나 불리한 진술의 번복을 종용할 우려가 매우 크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