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과 경찰 등이 간첩단 혐의 지하 조직을 적발하더라도 실제 처벌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지적이 24일 법조계에서 나왔다. 피고인과 변호인의 ‘시간 끌기’에 법원이 끌려다니며 재판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핵심 피고인들이 구속 기간 만료 등으로 풀려나 자유롭게 활동하기도 한다.

2021년 9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간첩단 사건은 1심 재판만 1년 4개월째 진행 중이다. 이 사건에는 최근 민노총 전·현직 간부들이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 리광진이 개입돼 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북한 공작원과 해외에서 접촉한 뒤 지하 조직을 만든 혐의 등으로 박모씨 등 청주 지역 노동계 인사 4명을 기소했다. 이후 유무죄를 가리는 재판은 지금까지 9차례만 진행됐다.

그동안 피고인들은 보석이나 재판부 기피 신청, 국가보안법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 제청 등을 잇따라 냈다.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대법원에 항고하기도 했다.

애초 이 사건 피고인 4명 중 3명이 구속 기소됐지만 1명이 작년 3월 구속 기간 만료로 석방됐다. 나머지 2명도 작년 5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방첩 당국 관계자는 “피고인들이 변호인 도움을 받아 재판 지연과 석방·보석을 위해 ‘법률 투쟁’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연계한 국가보안법 사범들은 변호인을 자주 교체하고 그때마다 기록 열람과 복사를 신청하며 시간을 끌기도 한다. 국가보안법 사건은 장기간 수사 기록이 첨부돼 있어 복사·열람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다.

한편 2020년 11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도 지금까지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2021년 6월 회합·통신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모씨 사건도 아직 1심 재판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