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을 수사하는 성남지청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3년 두산중공업 임원을 만나 두산건설의 성남 정자동 부지 ‘용도 변경’ 청탁을 받은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26일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표는 2013년 8월 두산중공업 고위 임원 A씨, 민주당 중진 B 의원과 조찬 모임을 가졌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A씨는 병원 시설이던 정자동 부지의 용도 변경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두산건설 경영권은 두산중공업이 100% 가지고 있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2022.12.26/뉴스1

검찰은 두산건설을 압수 수색하며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내부 보고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보고서엔 ‘이 대표가 정자동 부지 용도 변경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이 보고서에는 또 이 대표가 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이던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상의하라고 한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대표와 A씨, B의원의 조찬 모임 이후 두산 관계자가 정진상씨와 만났다는 단서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대표가 2013년 말 성남FC를 인수한 뒤 정진상씨를 통해 구단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두산건설 등 기업들에게 불법 후원금을 받게 하는 과정을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두산건설이 용도 변경을 청탁한 정자동 부지는 1991년 두산의료재단이 72억원에 매입한 것이다. 이후 병원 시설을 짓다가 1997년 말 분당 서울대병원 등 성남 일대 병원 시설이 많아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공사를 중단했다. 이 부지는 2003년 두산건설이 매수했고, 성남시를 상대로 병원 부지였던 용도를 업무 시설로 변경해달라고 했지만 계속 거부당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취임한 2010년 이후에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성남시는 두산건설이 병원 시설 건축을 취소한 뒤 원상 복구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11년 11월~2013년 11월 사이 총 5억65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매겼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두산중공업 임원인 A씨를 만났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모임이 2013년 8월에 있었던 점도 주목하고 있다. 당시는 성남시가 재정난에 빠진 성남 일화(성남FC의 전신)를 정식 인수하기 4개월 전이었다. 이후 성남시는 기업의 지원을 받아 성남FC 운영 자금을 마련하고자 했고 개발 관련 민원이 걸린 기업들을 잇따라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성남시는 2015년 두산건설 정자동 부지 용도를 병원에서 업무 시설로 바꾸고, 용적률을 250%에서 670%로 올려줬다. 그 대가로 2016~2018년 성남FC가 두산건설로부터 후원금 50억원을 받았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네이버·차병원에 대해서도 두산건설과 유사한 방식으로 후원금을 받아낸 혐의(제3자 뇌물 수수)를 받는 피의자라고 보고, 소환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은 “통상적인 식사 자리였다”면서 ‘청탁 의혹’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