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뉴스1

유명인뿐 아니라 일반인도 자신의 이름, 얼굴 사진, 목소리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신설하는 법 개정이 추진된다. 그동안 이 권리를 별도로 인정하는 법 조항이 없었고 판결도 엇갈려 권리 보호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법무부는 26일 이런 내용의 ‘인격 표지(標識) 영리권’을 도입하는 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 ‘사람은 자신의 성명, 초상, 음성, 그 밖의 인격 표지를 영리적으로 이용할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인격적 속성을 독립된 재산권으로 보호하는 첫 입법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유튜브 등을 통해 누구나 유명해질 수 있고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법무부의 민법 개정안에 따르면 ‘인격 표지 영리권’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그 권리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허락할 수 있으며, 이후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등 중대한 사유가 생기면 허락을 철회할 수 있다. 인격 표지 영리권 보유자가 사망하면 배우자, 자녀 등이 권리를 상속받아 30년간 행사할 수 있다.

인격 표지 영리권은 미국 36개 주(州)와 독일, 일본, 프랑스, 중국 등이 ‘퍼블리시티(publicity)권’으로 법률이나 판례를 통해 인정하고 있는 권리다. 국내에서는 1994년 미국 유명 배우 제임스 딘(1955년 사망)의 유족이 속옷 상표로 ‘제임스 딘’을 사용한 개그맨 주병진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면서 퍼블리시티권이 주목받았다. 당시 서울고법은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할 필요성은 있지만 법률 등의 근거 없이 독점적, 배타적 재산권인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지금도 하급심에서는 퍼블리시티권 인정 여부가 갈리고 있고, 대법원 판례는 없는 상황이다.

법무부의 민법 개정안은 퍼블리시티권을 명문화해 법적 혼란을 없애고, 최근 늘어나는 유튜버나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등도 폭넓게 보호받을 수 있게 하려는 취지다. 인격 표지 영리권에 대한 침해가 예상된다면 예방 청구권을, 이미 침해가 진행됐다면 제거 청구권을 각각 행사할 수 있다. 다른 권리와 마찬가지로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인격 표지 영리권의 확대로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이 과도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조항도 민법 개정안에 포함됐다. 예컨대 언론이 시민 인터뷰를 보도하는 경우, 방송사의 스포츠 경기 생중계에서 일반 관중의 얼굴이 화면에 나오는 경우 등에는 본인 허락이 없어도 얼굴이나 음성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인격 표지 영리권을 신설하는 민법 개정안을 내년 2월 6일까지 입법 예고하고 내년 상반기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