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 전 대법관

대한변호사협회가 ‘대장동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이 승인된 데 대해 23일 ‘유감’성명을 내고 ‘권순일 방지법’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변협은 전날 판·검·변호사 등 9명으로 구성된 등록심사위원회를 열어 권 전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을 의결했다. 변호사법은 재직 중 위법행위로 기소되거나 징계를 받은 경우, 위법행위와 관련해 퇴직한 경우 등에는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 권 전 대법관은 대장동 개발사업과 연관된 ‘재판 거래’ 의혹을 받고 있지만 법정 결격사유에는 해당하지 않아 위원 과반수가 등록에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협은 성명에서 “권 전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을 허가한 등심위의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변협은 “사안의 중대성과 사회적 파급력, 그리고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드러난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의혹이 가시지 않은 시점에서 사건 당사자가 변호사 등록을 신청한 것은 국민의 법 감정에 맞지 않으며 사회적 비난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변협은 “권 전 대법관은 두 차례에 걸친 변협의 변호사 등록신청 자진철회 요구에도 묵묵부답해 협회가 부득이하게 등록심사위에 회부했다”며 “등심위가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독립 기구로서 관련 규정 또한 제한적이고 법원도 (변호사 등록거부 사유를) 한정적으로 판단하고 있어 이런 결정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권 전 대법관은 ‘화천대유’ 관련 의혹으로 검찰, 경찰에서 각각 수사대상이 돼 있다. 변협은 권 전 대법관에 대해 두 차례 등록 철회 권고를 내렸지만 그가 신청을 고수하면서 등록심사위에 회부했다. 현행법상 변호사 등록신청 후 3개월이 지나면 자동등록이 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등심위는 격론 끝에 그의 변호사 등록신청을 받아주기로 의결했다.

변협은 “이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현행 변호사법 개정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독일은 ‘변호사 직을 수행하기 적절하지 않은 처신에 대해 책임있는 자’ 일본은 ‘변호사회의 질서 또는 신용을 해할 우려가 있는 자’ 등의 일반적 등록거부 사유를 두고 있다”고 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로 구성된 한국법조인협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변호사로서의 활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한법협은 “권 전 대법관은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 재판 거래 의혹 등에 연루돼 변호사법 및 공직윤리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며 “국민들 사이에서 전관예우, 재판거래 등 사법불신이 팽배한 상태에서 대법관이 의혹에 연루된 것만으로도 사법체계와 법조계 전체의 신뢰가 추락했다”고 했다.

한법협은 “권 전 대법관이 주심으로 참여한 ‘형사사건 성공보수 금지’ 판결은 그 논거로 전관예우 문제,국민의 사법불신 문제 등을 제시했지만 정작 주심으로 판결을 내린 권 전 대법관이 이와 같은 문제를 자초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신뢰를 잃었다”며 “해당 판결은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