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도입한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대해 일선 판사들이 “법적 근거가 없다”고 비판하는 것으로 13일 전해졌다.

김 대법원장이 2019년 도입한 이 제도는 내년부터 전국 20개 지방법원으로 확대 시행될 예정인데 지난 10월 법원행정처가 뒤늦게 만든 ‘대법원 행정 예규’를 근거로 한다. 각 법원 판사들의 투표로 법원장 후보자들을 압축하면 대법원장이 그 중 한 명을 고르는 이 제도는 ‘인사 포퓰리즘’ 논란에도 휩싸여 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법관인사제도분과위원장인 이영훈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는 최근 법원행정처에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관한 행정 예규가 법관 인사에 대한 중요한 사항을 담고 있어 (상위 규범인) 규칙으로 정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면서 “규칙이 아닌 예규로 한 이유와 경위, 적법 여부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다”고 질의했다.

현재 법관의 임용과 배치에 관한 사항은 ‘대법원 법관 인사 규칙’에 규정돼 있다. ‘규칙’은 입법 예고, 의견 조회, 대법관 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서 만들어진다.

그런데 ‘예규’는 그런 절차 없이 법원행정처 차원에서 만들어지고 법원장 후보 추천제 관련 예규도 마찬가지였다. 수도권의 한 법원 부장판사는 “초임 판사 인사도 대법원 규칙으로 하게 돼 있는데 수십, 수백명의 판사들이 근무하는 지방법원의 사법 행정을 총괄하는 법원장 인사를 예규로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일부 판사들은 공개적으로 이를 지적하고 있다. 권순건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법률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 관련 예규는 행정처장이 행정적으로 법원 내부에 대해서 명령하는 것”이라며 “그 어디에도 대법원장으로부터 법원장 인사권과 관련해 권한을 위임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헌법과 법원조직법에 따라 법관 인사는 대법원장의 고유 권한인데, 그와 관련된 어떠한 권한도 위임받지 못한 법원행정처장이 법원장 후보 추천제 예규를 만든다는 것은 법 체계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 고등법원 판사는 “모든 일을 법에 따라 처리해야 하는 대법원이 가장 중요한 행정 업무인 법원장 인사를 이렇게 주먹구구 식으로 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크다”면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유지하려면 법적 근거부터 명확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