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12.02 사진공동취재단

내년 초 전국 지방법원장 인사를 앞두고 사법부가 내홍(內訌)에 빠졌다. ‘인사 포퓰리즘’ 논란에 휩싸인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전면 실시(인천지방법원 제외)하려는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해 일선 판사들은 5일 전국법관대표회의를 통해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다. 법원장 인사 제도를 놓고 대법원과 판사들이 충돌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전국 판사들의 직급별 대표 모임인 법관대표회의는 이날 정기회의를 갖고 ‘법원장 후보 추천제’의 문제점을 집중 논의했다. 이는 법관대표회의 인사제도개선분과위원회가 ‘김 대법원장이 자의적으로 법원장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다’면서 대법원의 입장 표명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함석천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대전지방법원 부장판사)이 5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뉴시스

이날 회의에서 인사제도분과위원장인 이영훈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는 “사법 신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제도 확대에 대해 김 대법원장이 직접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제도를 유지할지 여부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고 한다. 반면 “법원장 추천제 이후 사법 행정이 긍정적으로 바뀐 것 아니냐”고 하는 판사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번 회의에서 법원장 추천제의 존폐(存廢) 문제는 다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대법원장이 각급 법원의 법원장 추천 결과를 존중한다’는 안건을 찬성 59명 대 반대 26명(기권 6명)으로 의결했고, 김 대법원장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대법원장은 수석부장판사가 추천 투표에서 유리한 지위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조처를 한다’는 안건은 찬성 43명 대 반대 44명(기권 6명)으로 부결됐다.

이에 대해 법원 내부에서는 “사법부 포퓰리즘과 ‘재판 지연’의 폐해를 낳은 법원장 추천제를 그대로 둔 어정쩡한 결론”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대법원은 내년 초까지 전국 21개 지방법원 가운데 14곳 정도에 대해 법원장 교체 인사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앞으로 법원장 추천제의 제도적 문제점과 김 대법원장의 ‘자의적 알박기 인사’ 논란이 재차 중첩되면서 충돌이 더 격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