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9일 국내 마약 적발 실태 관련 “5년 사이에 불과 5배 늘어난 수준”이라며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할 수준은 아니다”고 했다. 야권은 경찰이 마약 단속에 집중해, 참사 현장에 경찰 기동대가 배치되지 않은 것이 ‘이태원 참사’의 원인 중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뉴스1

황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에 나와 “현재의 우리 마약류 실태가 대통령이 나서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할 만큼 그렇게 심각한 상황이냐, 물론 정책 판단의 영역이긴 한데 불과 어제도 국무조정실장이 그런 답변을 했지만 5년 사이에 불과 5배 늘어난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이것을 가지고 대통령이 나서서 또 법무부 장관이 나서서 마약과의 전쟁,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뭔가 의도가 불순해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태원 참사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직접적이고 가장 큰 원인은 그 참사 현장에 왜 경찰 기동대가 배치되지 않았느냐는 것”이라며 “경찰을 배치할 권한을 가진 사람,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시민의 안전보다는 마약 수사에 정신이 팔려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진행자가 “5배 증가를 ‘불과’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황 의원은 “5년 사이에 5배 증가가 그렇게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할 수준은 아니다”고 재차 말했다.

황 의원은 “최근에 10대 20대들이 많이 늘어난 것은 틀림없고 그 부분에 대해서 검찰을 포함해서 경찰 마약 수사 부서에서 선제적인 대응 방안, 강도 높은 검거 대책 단속 방안을 마련하는 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면서도 “그런데 왜 마약 수사 국면을 의도적으로 조성하느냐”고 했다.

그는 “마약 수사라는 것이 경찰청장이나 서울경찰청장이나 여기를 중시할 수는 있다. 문제는 대통령이 나서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는 것”이라며 “그러면 경찰청장이나 서울경찰청장이나 용산경찰서장이 대통령 인사권에 목을 매는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이 뭘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겠느냐”고 했다.

자료=대검찰청

황 의원의 발언을 두고 법조계 등에선 “과도한 주장”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대검에 따르면 올 1~7월 마약사범은 1만 575명으로 전년 동기(9363명) 대비 12.9% 증가했다. 마약류 압수량은 2017년 154.6kg에서 2021년 1295.7kg으로 5년 만에 8배로 늘었다. 10대 마약 사범은 2011년 41명에서 2021년 450명으로 11배 늘었다.

민주당 양정숙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마약류 밀수 적발량은 2017년 69㎏에서 2021년 1272㎏로 18배 이상 늘었다. 밀수 적발 금액도 2017년 880억원에서 2021년 4499억원으로 5배가량 늘었다.

서울의 한 지구대 경찰관은 “젊은 사람이 취한 모습으로 와서 술을 마셨는 줄 알았는데, 마약에 취했더라”며 “올 상반기 한 두 달에 한 번 정도 마약에 취한 20대들을 본 것 같다”고 했다. 한 법조인은 “2017년부터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 지위를 잃었다”며 “마약을 손으로 건네는 과거와 달리 다크웹 등을 통하기 때문에 마약 밀수 단속도 어렵다. 마약 밀매는 쉽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약 범죄 단속을 강화한다는 정부 취지가 잘못된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검찰 강력부 출신 변호사는 “마약은 한 번 손 대면 중독으로 인생이 망가지기 쉽다. 국내 마약 유통이 더 활발해지기 전에 정부 차원에서 단속을 강화하는 건 적절하다”며 “경찰, 지자체 등이 이태원 참사 대비를 적시에 하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깝고 참사의 책임 소지는 수사로 반드시 규명돼야 할 부분이지만, 마약 단속과 결부하는 것은 과한 주장 같다”고 했다.

조선일보DB

한편, 방송인 김어준씨도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태원 현장에서 경찰) 130여명 중에 다중의 동선을 통제하며 시민의 안전을 도모하는 기동대가 단 한 명도 없었다”며 “기동대 대신 마약과의 전쟁을 위해 마약 단속 인력을 집중 투입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럼 그 마약과의 전쟁은 누가 선포했는가. 바로 대통령 본인 아닌가”라고 했다.

김씨와 황운하 의원은 그동안 경찰의 마약 수사로 이태원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2일 TBS 라디오에선 “‘마약과의 전쟁’을 한 장관이 선포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에서 “김어준씨나 황운하 의원과 같은 직업적인 음모론자들이 국민적 비극을 이용해 정치 장사를 하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