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살 진상 은폐’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발견될 당시 입고 있던 구명조끼에 적힌 한자(漢字)가 중국에서 사용하는 ‘간체자(簡體字)’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9월 서해에서 이대준씨가 북한군 총격으로 숨지자 ‘자진 월북’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지난 6월 ‘월북을 인정할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지난 정부 발표와 상반되는 수사·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이후 감사원이 3개월간 이 사건에 대해 감사를 벌였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구명조끼는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게 아니라 실종·표류했다고 볼 수 있는 핵심 근거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씨는 어업 지도선에 타고 있다가 실종 신고됐는데 이 선박에선 사라진 구명조끼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가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상태로 바다로 떨어졌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이씨가 북한군에 발견됐을 때에는 구명조끼를 입고 팔에 붕대를 매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간체자가 적힌 구명조끼는 한국이나 북한에선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감사원은 또 이씨가 어업 지도선에서 실종된 후 북한군에 발견되기 전에 중국 어선에 먼저 올라탔다고 볼 수 있는 정황도 찾아냈다고 한다. 이씨가 표류할 동안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경비계선(북한 주장 경계선) 사이 해역을 운항한 선박은 이 중국 어선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2020년 이씨가 한자가 적힌 구명조끼를 입은 사실 등을 확인하고도 ‘자진 월북 정황과 배치되는 증거’로 판단해 공개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홍희 당시 해양경찰청장이 관련 보고를 받고도 “나는 못 본 걸로 할게”라고 했다는 해경 관계자 진술도 감사원이 확보했다.

이 사건과 관련,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 전 청장이 지난 22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이씨가 실종 이후 중국 어선에 탔는지 여부, 북한군에 피살된 경위, 지난 정부가 이씨를 ‘자진 월북’으로 몰아간 의혹 등을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