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김용(56)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불법 대선 자금’ 수수 혐의로 체포한 것에 대해 민주당은 “정치 보복” “야당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혐의를 뒷받침하는 복수의 증언과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이 김 부원장의 체포 영장, 민주당사 내 민주연구원에 대한 압수 수색 영장을 발부한 것도 그 때문이란 것이다.

3년前 김용 출판기념회에 간 이재명 -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경기도 대변인 시절인 2019년 12월 자신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와 손을 맞잡고 있다. 김 부원장은 작년 4~8월 ‘대장동 일당’에게 8억원대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19일 검찰에 체포됐다. /김용 네이버블로그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새로 구성된 대장동 수사팀은 지난 7월 사실상 재수사에 나섰다.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본부장, 남욱(천화동인 4호 소유주)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이 배임 등의 혐의로 이미 기소된 상황에서, 2010년 대장동 사업 초기부터 관여했던 관계자들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고 한다.

남욱씨와 사업상 친분이 깊은 이모씨 등을 조사하면서 남씨가 작년 4~8월 유동규씨에게 수차례에 걸쳐 현금 8억원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남씨가 당시 유동규씨와 동업을 하고 있던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개공 투자사업파트장)에게 돈을 건네면 유씨를 거쳐 김용 부원장에게 전달됐다는 내용이었다.

이씨는 남욱씨가 만든 현금 중 일부를 정민용 변호사에게 가져다주는 ‘중간 전달책’ 역할을 했다고 한다. 특히 이씨는 검찰 조사에서 8억원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정 변호사에게 전달했는지를 구체적으로 기록한 ‘메모’를 작성해 보관 중이라는 사실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법조인에 따르면, 지난주 검찰은 서울 모처에 있는 사무실로 이씨와 수사관을 보내 해당 메모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모에는 그동안 대장동 관계자들이 진술한 것과 대부분 일치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앞서 남욱·유동규씨 역시 이씨 메모 내용과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 부원장이 대선 자금이 필요하다면서 20억원을 유동규씨에게 요구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이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법원에 김 부원장 체포 영장 등을 청구하면서 이 메모도 ‘물증’으로 함께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2021년 8억원’뿐 아니라 2014년부터 대장동 일당이 김 부원장 등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원장은 대장동 사업 추진 당시인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성남시 의원을 지냈다. 성남시가 성남도개공 설립 조례안 시의회 통과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김 부원장이 무기명투표 등을 밀어붙여 안건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검찰은 김 부원장 등이 2013년부터 시작된 위례 신도시 사업과 대장동 사업에 도움을 줬는지 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이날 김 부원장에 대해 이틀째 조사를 벌였다. 김 부원장은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그냥 석방될 경우,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고 구속 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이날 대장동 사건 구속 기간 만료로 출소한 유동규씨도 소환 조사했다고 한다.

한편, 검찰은 전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내 민주연구원에 대한 압수 수색을 시도하면서, 김 부원장이 받았다는 ‘8억원’의 성격에 대해 ‘대선 자금’이라고 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돈이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작년 4~8월은 민주당 대선 경선이 진행되고 있었을 때였고, 김 부원장은 당시 이 대표 경선 캠프의 총괄부본부장을 맡고 있었다. 검찰은 영장에서 김 부원장 역할에 대해 ‘2021년 2월부터 대선 자금 조달 및 조직 관리’를 했다고 밝혔다. 법조인들은 “향후 검찰 수사는 ‘8억원’의 사용처와 이재명 대표의 관여 여부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겠느냐”며 “이는 검찰이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이 대표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하려는 것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