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합의부(소송가액 2억원 이상 사건을 판사 3명이 심리하는 재판부)에 사건이 접수된 뒤부터 1심 선고가 날 때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이 지난해 321.9일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265.5일)보다 56일 정도 길어졌다. 법조계에서는 그동안 법원에서 재판이 빨리 진행되지 않는 이른바 ‘재판 지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대법원 공식 자료로 확인된 것이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30일 공개한 ‘2022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민사 합의부 사건에서 1심 선고가 나는 기간은 2017, 2018년에는 평균 약 265일이었는데, 2019년 282.1일, 2020년 286.9일 등 매해 길어지더니 지난해에는 평균 321.9일로 집계됐다. 민사 1심 재판은 5개월 안에 마치도록 법에 규정돼 있지만 기한을 넘기는 현상이 점점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1심 민사 합의부에 접수된 사건은 2017년(4만3071건)과 작년(4만3679건)이 큰 차이가 없었는데, 재판 기간만 늘어난 셈이다.

대법원에서 민사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은 2017년 1015일, 2018년 942일, 2019년 924일, 2020년 921.6일로 줄었다가 작년에 977.2일로 크게 늘었다. 미제 사건도 크게 증가했다. 1~3심이 1년 넘게 선고를 내리지 못한 미제 사건은 2017년 3만5111건에서 2021년 6만7410건이 돼 2배 가까이로 늘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2017년 9월 취임한 이후 재판이 지연된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실제 확인된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 여파가 준 영향도 통계에 반영됐다. 개인 또는 법인의 파산·회생 신청은 2020년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다. 지난해 개인 파산 신청은 4만9063건으로 코로나 사태가 처음 발생한 2020년(5만379건)과 비슷했다. 일정 기간 채무를 이행하면 남은 빚을 탕감해주는 개인 회생 신청은 작년 8만1030건으로 2020년(8만6553건)보다 5523건 줄었다. 작년 법인 파산 신청은 955건으로 역대 최대치였던 2020년(1069건)에 비해 114건 줄었다. 회생 법원 판사 출신 변호사는 “2020년보다 지난해 파산·회생 건수가 소폭 줄긴 했어도 코로나 위기 전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