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반반족발세트'.

편의점에서 유통기한을 넘긴 것으로 착각해 판매 중인 족발을 꺼내 먹은 혐의로 기소돼 지난 6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편의점 점원에 대해 검찰이 26일 항소를 취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편의점 반반족발 횡령 사건’에 대한 항소를 취하했다”고 했다. 검찰은 “이 사건 무죄 선고 및 항소 과정에서 검찰 업무 처리의 적정성에 대해 국민이 제기한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지난 22일 검찰시민위원회를 개최했고, 검찰시민위는 항소를 취하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의결했다”고 밝혔다.

◇5900원짜리 족발 먹어 ‘횡령’ 고소돼

편의점 근무 6일차였던 40대 여성 A씨는 2020년 7월 5일 저녁 7시 40분쯤 5900원짜리 ‘반반족발세트’를 꺼내먹었다. 이를 알게 된 편의점주는 A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A씨가 먹은 반반족발은 2020년 7월 5일 밤 11시30분에 폐기돼야 했다. 당시 해당 편의점은 유통기한을 넘겨 폐기 대상이 된 즉석 식품은 아르바이트 점원이 취식할 수 있다고 A씨 등 점원들에게 교육했다. 이곳 점원들은 도시락 제품은 저녁 7시30분, 냉장식품은 밤 11시30분 등 적힌 표에 맞춰 매대에 진열된 즉석 식품을 폐기해야 했다.

검찰은 작년 7월 A씨에 대해 벌금 20만원의 약식 기소를 했다. 법원도 작년 8월 검찰 약식 기소를 받아들여 A씨에게 벌금 20만원의 약식 명령을 내렸다.

◇1심, “도시락으로 착각한 듯” 무죄 선고

그러나 A씨는 약식 명령에 불복하고,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이후 국선변호인 조력을 받아 “고의가 전혀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 사건은 정식 재판이 열리게 됐다.

A씨가 ‘저녁 7시 30분’ 폐기 대상 상품으로 알고 먹은 ‘반반족발세트’는 고기·마늘·쌈장·채소 등이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담겼는데, 일반 편의점 도시락과 유사한 형태였다. A씨 측은 반반족발세트를 도시락으로 착각해 저녁 7시40분에 먹었다고 주장했다.

1심도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꼭 쌀밥이 있어야만 도시락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A씨가 ‘반반족발세트’의 품목을 도시락으로 생각하고 폐기 시간대를 저녁 7시30분으로 봤을 정황이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점주가 도시락과 냉장식품의 종류를 미리 상세하게 교육한 증거나 정황도 없다고 지적했다.

A씨가 자신이 근무하던 편의점 근무 5일 동안 최소 15만원 이상의 돈을 들여 상품을 구입한 기록도 있다는 점이 참작됐다. 재판부는 “A씨가 5900원짜리 반반족발세트를 정말 먹고 싶었다면 돈을 내고 먹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검찰시민위 “점주 피해 경미, A씨 재판 고통·비용 더 커”

검찰에 따르면, 5900원 반반족발 횡령 사건 이전에 점주와 A씨 사이엔 임금 관련 분쟁이 일어났다고 한다. 이에 A씨가 점주를 근로기준법위반죄로 고소했고, 점주는 A씨에게 임금을 지급해 근로기준법위반죄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 임금 분쟁 이후 점주는 A씨를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반반족발을 먹었다”며 횡령으로 고소했다고 한다.

검찰은 “검찰시민위원들은 이 사건이 편의점 점주와 종업원 사이의 임금 지급 관련 분쟁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고, (점주) 피해 정도는 경미한 반면 A씨가 재판 과정에서 겪은 고통과 비용은 더 큰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검찰은 항소를 취하하고 재판을 종결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며 “중앙지검은 시민위원들의 의견을 존중해 A씨에 대한 항소를 취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