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법원행정처 및 일선 법원들이 2019년과 2021년 ‘법원 노조’와 각각 맺은 단체협약과 합의안에는 재판 일정이나 인사(人事) 등 법원 행정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들이 포함된 것으로 25일 전해졌다.

법원행정처가 있는 서초동 대법원.

2005년 생긴 ‘법원 노조(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에는 전국 법원의 5급 이하 공무원 70%가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전공노 합법화로 법원 노조도 ‘법내(法內) 노조’가 됐고 ‘김명수 대법원’이 출범한 이후인 2019년과 2021년 두 차례 단체협약이 체결됐다.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이 법원에서 제출받은 단체협약서와 합의안에는 ‘(직원) 정기 인사 전후 각 1주간 재판 기일을 잡지 않도록 법관들에게 안내한다’ ‘재판장이 (직원에게) 메신저로 빈번한 업무 지시를 하는 것을 자제하도록 안내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에 대해 법조인들은 “재판 행정에 영향을 미칠 내용들을 양측이 합의한 셈”이라고 했다. 또 “노동 사건을 전담하는 노동법원 설치를 위해 (양측이) 공동 노력한다”는 조항도 단체협약서에 반영됐는데 ‘노동법원 설치’는 민변 등이 주장했었다.

일부 일선 법원의 합의안에는 ‘승진이 임박한 직원은 (업무 부담이 많은) 사법행정 부서의 전입을 지양한다’는 조항과 ‘사법행정 부서와 일반 부서의 근무평정 및 성과급 지급에 차별을 하지 아니한다’는 조항도 들어갔다. 이를 두고 한 판사는 “힘든 부서는 기피하면서 대우는 똑같이 해달라는 요구”라고 했다.

아울러 ‘조합 간부가 부서 형편 등으로 조합 활동이 곤란해 부서 이동을 요구할 경우 반영하도록 노력한다’ ‘노조 간부 수련회는 근무 시간 중에도 할 수 있다’ ‘듀얼 모니터를 전 직원에게 차별 없이 지급하기 위해 노력한다’ ‘각종 수당을 신설 또는 증액하도록 적극 노력한다’ 등의 조항도 있었다.이를 두고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법원 내 ‘포퓰리즘’ 정책을 펼치던 김명수 대법원장이 노조의 손을 잡은 것”이라고 했다. 본지는 단체협약에 이런 내용이 들어간 배경 등을 묻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법원 노조 측은 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