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아스트라제네카(AZ)’ 접종 후 뇌 질환 진단을 받은 30대 남성에게 질병관리청이 진료비와 간병비를 보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코로나 백신 부작용에 대해 정부의 보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다.

정부를 상대로 코로나 백신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은 이 사건을 포함해 9건이 제기돼 있다. 이번 판결은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주영)는 A(33)씨가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코로나 백신 피해 보상 신청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작년 4월 AZ 백신을 맞은 다음 날 열이 났다. 그다음 날부터는 다리 저림과 감각 이상, 어지럼증 등도 느꼈다. 이어 A씨는 뇌내출혈과 대뇌 해면 기형, 단발 신경병증 진단을 받았다. A씨 아내가 진료비 337만원과 간병비 25만원을 신청하자, 질병관리청은 “질병과 예방접종의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피해 보상을 거부했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법에는 ‘예방접종으로 질병에 걸리면 국가가 진료비 전액과 정액 간병비를 보상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백신 접종 전에는 매우 건강했고 신경학적 병력이 전혀 없었으며 뇌에서 혈관 기형이 확인됐지만 접종 전에는 증상이 발현된 바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접종 후 비로소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면 다른 원인이 있다는 상당한 증명이 없는 한 A씨의 증상·질병과 백신 사이에 역학적 연관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질병관리청은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의학적 근거 등에 기반해 (항소심에서) 적극 소명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재판에서 법원은 코로나 백신 개발·접종 과정이 다른 전염병 백신들과 차이가 크다는 지적도 했다. 재판부는 “코로나 백신은 매우 단기간 내에 여러 개가 개발됐다”면서 “상당한 기간을 거쳐 승인·허가가 이뤄지는 다른 백신들과 달리 코로나 백신은 예외적 긴급 절차에 따라 승인·허가되거나 일정한 조건부로 승인·허가돼 접종이 이뤄졌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AZ 백신에 대해 “2020년 12월 영국에서 긴급 승인을 받은 뒤 국내에서 2021년 2월 접종을 시작했고 실제 사용된 것은 불과 2년도 되지 않은 상태”라며 “백신 접종 후 어떤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구체적인 피해 발생 확률은 어떤지 등이 현재까지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정부에 따르면, 작년 2월 초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이후 부작용을 이유로 질병관리청에 피해 보상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하자 “보상을 받게 해달라”며 소송을 낸 사례는 총 9건이다. 이 가운데 6건이 사망, 3건이 질병 발생 관련이다. 이 소송을 제기한 사람들이 접종받은 백신에는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가 모두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이 밖에 코로나 백신 부작용 피해를 호소하며 학생들과 그 가족들이 질병관리청, 교육부, 경기·경남·대구·부산·인천 등 시도 교육감 5명, 학교장 6명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1건이 진행되고 있다.

원고 측은 “(질병 당국과 교육 당국이) 가정통신문을 통해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제하고 중증 부작용에 대한 설명·고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