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로고. /뉴스1

‘대장동 개발 특혜 사건’으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작년 9월 29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용인 원룸을 압수 수색하기 몇 시간 전에 사실혼 관계의 A씨에게 연락해 자신이 보름 전까지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폐기하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28일 전해졌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A씨 공소장(증거인멸 혐의)에 따르면, 유동규씨는 작년 8월 말부터 언론에 ‘대장동 의혹’이 연이어 보도되자 작년 9월 14일 사용 중이던 아이폰12 프로맥스를 해지하고 같은 기종의 새 휴대전화를 개통해 사용했다. 유씨의 옛 휴대전화는 유씨가 작년 2월 초부터 개통해 7개월간 사용했던 것이었다. 유씨가 김만배씨 등 ‘대장동 사건’으로 같이 기소된 사람들과 연락을 주고받을 때 사용됐을 개연성이 큰 셈이다.

당시 두 사람은 수원 영통구 오피스텔에서 같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이후 검찰의 대장동 수사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유씨는 옛 휴대전화를 A씨에게 맡기고 9월 23일 용인 원룸으로 혼자 이사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작년 9월 29일 유씨의 용인 원룸을 압수 수색해 대장동 사건 수사를 본격화했다. 하지만 수사팀은 용인 원룸 압수 수색에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유씨의 옛 휴대전화는 A씨가 수원 영통구 오피스텔에서 보관하고 있었는데 검찰은 엉뚱한 곳을 압수 수색했던 셈이다. 게다가 유씨는 압수 수색 몇 시간 전인 작년 9월 29일 새벽, A씨에게 “(보관 중인)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지시한 상태였다.

그날 수사팀은 유씨가 새로 개통해 사용하던 휴대전화도 확보하지 못했다. 유씨가 당시 창밖으로 던진 새 휴대전화는 나중에 경찰이 원룸 건물의 CCTV를 분석해 하루 만에 주워간 사람을 찾아냈다. 유씨는 새 휴대전화로 작년 9월 24일부터 압수 수색 당일인 9월 29일까지 이재명 의원의 측근인 정진상 당시 민주당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 등과 통화하기도 했다.

A씨는 검찰에서 “(유씨의 옛) 휴대전화를 화장실에 던져 깨뜨린 다음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렸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또 재판 과정에서는 “유씨와의 사이에 있었던 개인적인 문제로 우발적으로 화난 마음이 들어 다른 물건들과 함께 버렸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법조인들은 “총체적 부실 수사라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는 부분”이라며 “애당초 수사 의지가 없는 사람들에게 수사를 맡긴 것에서 비롯된 참사”라고 지적했다. 당시 대장동 수사팀은 성남시청 등에 대한 압수 수색을 미뤄 ‘봐주기 수사’란 비판도 받았다. 그때 수사를 주도했던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4차장(현 부산고검 검사)은 법무부 검찰과장으로 재직할 때 윤석열 검찰총장 중징계 실무를 담당했고 대표적인 친(親)문재인 정부 성향 검사로 꼽힌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사건을 전면 재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