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7월 KBS가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유시민씨 관련 의혹 제기를 공모하는 대화가 검찰이 확보한 녹취록에 있다’는 오보(誤報)를 낸 것과 관련, KBS 측에 잘못된 정보를 알려준 사람이 당시 신성식 서울중앙지검 3차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이라는 정황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24일 전해졌다.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뉴스1

그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이성윤 지검장 지휘하에 ‘채널A 사건’을 수사 중이었고 신 검사장이 KBS 기자와 연락한 시점은 이동재 전 기자가 그 사건으로 구속된 직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KBS 오보 직후 한동훈 법무장관(당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명예훼손 혐의로 KBS 기자 등을 고소하면서 ‘채널A 사건’의 지휘 라인에 있지 않았던 신 검사장이 ‘취재원’으로 지목됐었다. 하지만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서울남부지검 공공수사·반부패·마약범죄 전담부(부장 이준동)는 신 검사장이 관여했다는 혐의를 포착했고 이날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신 검사장 사무실과 관사를 압수 수색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이달 초 KBS 기자 등을 소환 조사했고, 이들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을 압수 수색해 신 검사장의 연루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KBS는 2020년 7월 18일 이동재 전 기자와 한동훈 장관이 그해 2월 부산고검에서 나눈 대화 녹취록을 취재했다면서 “이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했다는 정황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 전 기자가 ‘채널A 사건’으로 구속된 다음 날이었다.

그러나 KBS 보도 다음 날 이 전 기자 측이 ‘부산고검 녹취록’ 원문을 공개하면서 “그런 내용이 없다”고 하자, KBS는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 방송을 했다. 한 장관도 KBS 오보 직후 “완전한 창작”이라며 KBS 기자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하지만 남부지검 수사는 그해 11월 KBS 기자를 소환 조사한 이후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친문(親文) 성향 검찰 간부들이 남부지검장을 맡으면서 이 사건 수사를 뭉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사건의 출발점이 된 ‘채널A 사건’은 2020년 3월 MBC의 ‘검·언 유착 의혹’ 보도로 시작됐다. 최강욱 민주당 의원 등 당시 여권 인사들도 의혹 제기에 가세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에 착수해 그해 8월 이동재 전 기자를 강요 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했지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이 전 기자의 혐의는 신라젠 대주주 출신 이철씨를 상대로 ‘유시민씨 등 여권 인사 비리 자료를 달라’고 협박했다는 것인데 인정되지 않았던 것이다. 한 장관의 경우, 기소를 못 한 상태에서 계속 처리를 미루다가 정권 교체 이후인 지난 4월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법조인들은 “당시 친문 검찰 간부들이 민주당 인사들이 짜놓은 ‘검·언 유착 프레임’으로 ‘채널A 사건’을 몰고 갔다”며 “하지만 KBS 오보에 신 검사장이 관여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 사건의 실체가 ‘권언 유착’이었다는 게 굳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신 검사장은 본지 통화에서 “채널A 사건 관련해 보고받을 위치에 있지 않았고 수사 상황도 알지 못했다. KBS에 보도된 녹취록에 대해 말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당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채널A 사건’ 수사에 사활을 걸다시피했다. 3차장으로 이 지검장을 보좌했던 신 검사장이 아무것도 몰랐다고 하는 것은 믿기 어렵다”는 말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