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이 준 열쇠로 점포에 들어가 안에 있는 집기류를 강제 철거한 임대인을 건조물침입 혐의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건조물침입,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뉴스1

A씨는 2017년 경기 고양시의 한 건물 2층 점포를 B씨에게 임대했다. B씨는 2018년 12월 카페 영업을 중단하고, 새로운 임차인을 알아봐달라며 A씨에게 열쇠를 맡겼다. A씨는 이듬해 3월 B씨가 준 열쇠로 카페에 들어가 안에 있던 프린터, 전기오븐, 커피머신 등 1000만원 상당 물건을 임의로 철거했다. 검찰은 A씨가 건물에 무단침입해 집기를 파손하거나 철거했다며 재물손괴와 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A씨의 건조물침입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침입 혐의가 인정되려면 출입 과정에서 위법한 수단을 동원해 거주자의 평온을 깨뜨려야 한다면서, B씨는 A씨에게 열쇠를 주면서 출입을 승낙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는 관리자의 승낙 하에 통상적인 출입 방법에 따라 점포에 들어간 이상, 평온 상태를 해치며 들어갔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다만 대법원은 A씨의 재물손괴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에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