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사건 당시 문재인 정부가 북송의 근거로 들었던 출입국관리법상 강제 퇴거 조항에 대해 통일부와 법무부가 모두 “북한 주민은 이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부 부처가 “당시 정부의 북송 조치에 법적 근거가 없다”며 위법성을 인정한 것이다.

지난 12일 공개된 북한 어민 강제 북송 당시 사진. /통일부

1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최근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에 보낸 답변서에서 “출입국관리법의 강제 퇴거 대상자는 외국인이므로, 헌법상 대한민국 국적 보유자인 북한 주민은 퇴거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통일부 역시 “귀순 의사를 표명한 북한 주민은 출입국관리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탈북 어민들은 법적으로 우리 국민으로 간주되는 만큼 외국인에게 적용되는 출입국관리법을 준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외국인에 대한 강제 퇴거 명령 담당 부서인 법무부는 “(강제 북송 사건) 당시 북한 주민에게 강제 퇴거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통일부는 문재인 정부가 북송의 또 하나의 근거로 제시한 ‘북한이탈주민법’에 대해서도 ‘추방 결정의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당시 정부는 ‘살인 등 중죄를 저지른 탈북자는 보호대상자로 지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북한이탈주민법 9조를 적용했다고 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이 법령은 탈북자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로, 추방 관련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북한인권단체총연합 회원들이 13일 국회 앞에서 탈북 어민 북송과 관련,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부처의 해석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여전히 ‘해당 어민들을 탈북자로 볼 수 없다’며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서해 공무원 사망사건 TF 단장은 13일 열린 흉악 범죄 북한 주민 북송 관련 팩트체크 기자회견에서 “북한이탈주민법을 봐도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아전인수격 해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전직 헌법재판관은 본지와 통화에서 “해당 법령은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경제적 지원 등을 규정한 데 불과하다”면서 “지원 법률을 북송 근거로 삼는 것은 명백한 왜곡”이라고 했다.

현행 헌법의 해석상 북한 주민 또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헌법 3조는 ‘대한민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돼 있다. 이 조항에 따라 그동안 헌재와 대법원은 북한 주민에 대해서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판단해 왔다. 국민에 대해서는 국가가 헌법상 기본권 보호의무가 있을 뿐 아니라 범죄를 저지른 경우 사법판단권도 갖는다. 우리나라는 국내에서 벌어진 범죄에 대해 국내 형법을 적용하는 ‘속지주의’를 택하고 있고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의 경우에도 대한민국 국민의 경우 형법을 적용하도록 돼 있어 어민들이 저지른 범죄도 당연히 우리 사법기관의 심판 대상이다.

“16명을 죽인 살인자들이 증거불충분으로 무죄가 나면 국내 체류가 위험할 수 있다”는 야당측 주장에 대해서는 “형용모순”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6명을 죽였다고 하면서 ‘무죄’결론을 상정하고 위험을 추단하는 것이어서 그 자체로 모순”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