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성 전 산업은행장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박규형)가 조만간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을 변호사법 위반 및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할 것으로 18일 전해졌다.

사모펀드 운용사 나무코프 회장을 맡고 있는 민 전 행장은 2015년 롯데그룹 ‘형제의 난(亂)’ 당시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과 법률 문제를 포함한 거액의 자문 계약을 맺었는데, 검찰은 이게 변호사법 등을 어긴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이 문제는 민 전 행장이 SDJ를 상대로 미지급 자문료를 달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법정에서 불거져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민 전 행장의 나무코프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시작한 2015년 9월부터 SDJ와 자문 계약을 맺고 신동주 전 부회장을 도왔다. 그러다 신 전 부회장이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경영권 분쟁에서 패하자 SDJ는 2017년 8월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민 전 행장은 SDJ를 상대로 “상호 합의에 의해서만 계약을 중도 해지할 수 있도록 특약을 뒀는데, 일방적으로 해지당했다”며 이미 받은 182억원의 자문료에 더해 남은 계약 14개월 치 미지급 자문료 108억원을 추가로 달라는 민사소송을 냈다.

이 재판 과정에서 민 전 행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과 ‘프로젝트 L’이라는 경영 자문 계약을 해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을 빼앗으려 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프로젝트 L’의 주요 내용이 ‘신동빈 회장의 법정구속 또는 유죄판결’ ‘면세점 특허 재취득 탈락’ 등이라고 밝혔다.

이 폭로는 결국 민 전 행장에게 자충수가 됐다. 1심은 SDJ가 나무코프에 자문료 75억원을 지급하라며 민 전 행장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과 대법원은 ‘폭로’ 내용을 바탕으로 민 전 행장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다. “(경영 자문사인) 나무코프가 법적 분쟁에 관한 조언·정보 제공 등 법률 사무를 하는 것은 변호사법 위반으로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해당해 (자문 계약이) 무효”라는 취지였다.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돈을 받고 소송·수사와 관련된 법률 자문 등의 업무를 맡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민사 사건 재판부가 사건 당사자의 변호사법 위반 여부 등 형사적 판단까지 내린 이례적인 경우였다.

민사소송에 패한 것에 더해 롯데그룹 노조가 2019년 6월 민 전 행장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어졌다. 검찰은 소송 기록 등을 토대로 민 전 행장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으며 지난 16일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민 전 행장에게 면세점과 관련된 ‘업무방해’ 혐의도 적용하면서 일본에 체류하고 있는 신동주 전 부회장도 공범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검찰은 신 전 부회장을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 전 행장은 본지에 “확인이나 부인 등 어떤 말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