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효력 정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22.5.4/뉴스1

헌법재판소는 국민의힘이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에 앞서 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막아 달라고 신청한 가처분에 대해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았다. 그사이에 ‘검수완박’ 법안들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국무회의 공포안 가결로 이어졌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가처분 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4일 나왔다.

헌법재판소법 65조에 규정된 ‘가처분’은 헌재가 권한쟁의심판의 결론을 낼 때까지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는 일종의 임시 조치다.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청구 기관의 피해가 지속하는 상황을 막자는 취지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지난 4월 26일 민주당을 ‘위장 탈당’해 무소속이 된 민형배 의원이 참여한 가운데 국회 법사위 안건조정위가 ‘검수완박’ 법안을 처리하자 다음 날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본회의 부의를 막아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어 4월 29일에는 ‘국회의원의 법안 심사·의결권을 침해했다’면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박광온 법사위원장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그런데 헌재는 가처분 인용 여부를 심리하지 않았고 검찰청법 개정안은 4월 30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이달 3일 본회의에서 각각 처리됐다. 이제는 사실상 본안인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판단만 남은 셈이다.

이를 두고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가처분 심리를 할 시간은 충분했는데 헌재가 정치적 부담 때문에 손을 놓은 것”이라고 했다. 헌재는 지난 2019년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과정에서 법사위원에서 교체당한 당시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이 사보임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낸 가처분에 대해서도 판단을 하지 않았고, 공수처 설치법 등은 그대로 국회를 통과했다.

한 법조인은 “행정법원은 시급한 가처분, 효력정지 사건에 대해 하루 이틀 만에 판단하기도 한다”며 “헌재에 가처분 제도를 왜 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헌재 관계자는 “안건 상정 문제는 국회 자율성의 영역이어서 헌재가 신속하게 가처분을 내리는 게 맞는지는 의문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