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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15일 오전 10시쯤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에 첫 출근을 했다. ‘조국 수사’ 이후 연이어 좌천됐고 ‘채널A 사건’으로 피의자 신분이 돼 수사까지 받았던 그가 장관 후보로 청사에 들어선 것이다.

통상 법무부 장관 후보자들은 출근 첫날 서울고검장을 예방했다. 하지만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이날 같은 시각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금’ 사건 재판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기 위해 연가를 내면서 두 사람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둘에겐 악연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 대학 후배로 현 정권 들어 승승장구했던 이 고검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당시 ‘채널A 사건’으로 고발된 한 후보자를 무혐의 처분해야 한다는 수사팀 보고를 여러 차례 반려했다. 이 사건은 2020년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 후보자가 공모해 수감 중인 인물에게 여권 인사 관련 폭로를 강요했다는 내용이다. 이 지검장 밑에서 첫 수사팀을 이끌었던 정진웅 당시 형사1부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한 후보자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기 위해 몸싸움까지 벌이다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이 사건은 결국 이 고검장 후임인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달 초 한 후보자를 2년 만에 무혐의 처분하면서 종결됐다. 반면 이 고검장은 중앙지검장 시절 ‘불법 출금 사건’으로 기소돼 피고인 신분이 됐다. 한 검찰 관계자는 “오늘이 두 사람의 뒤바뀐 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날 같다”고 했다.

앞으로 한 건물을 쓰게 될 두 사람의 만남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서울고검 관계자는 “두 분이 불편한 관계라 어떨지 모르겠다. 우리도 궁금하다”고 했다. 서로 불편한 동거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