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일인 2022년 1월 27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법규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뉴시스

“이런 날이 올 줄 상상도 못했습니다.”

최근 서울 서초동에서 개업한 공안(公安) 검사 출신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몰려드는 일감으로 정신이 없다”면서 7일 이같이 말했다.

지난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는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에 사업주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업주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진 반면, 법조문에 ‘적용 범위’ 등이 애매하게 규정돼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업들은 너도나도 법률 전문가들에게 달려가 법령 해석과 처벌 예방 등을 자문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다른 업종에 비해 산업재해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건설업과 제조업체들의 경우, 대기업을 제외하면 법무팀이 없는 중소·중견기업이 대부분이어서 서초동 변호사들이 예상치 못한 ‘특수(特需)’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웃는 사람들은 공안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다. 2019년 공공수사부로 이름을 바꾼 공안부는 국가보안법 및 선거법 위반 사건 외에 산업재해 등 노동 분야 사건도 담당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관한 한 이들이 전문성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들도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공안통’ 출신 변호사 일부는 서로 다른 로펌에 소속돼 있으면서도 중대재해처벌법 컨소시엄을 구성해 기업·기관들과 업무 제휴를 맺었다. 대형 로펌들도 ‘중대재해처벌법 TF’를 구성해 법 해설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거나 온라인 세미나를 여는 등 세일즈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공안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지방의 중소기업들이 자문을 요청해서 한 달에 몇 번씩 지방 출장을 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검찰에 있을 때만 해도 ‘찬밥’ 취급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공 등 공안부 기능은 대폭 축소됐고 공안통들이 간부 승진에서 물을 먹는 등 푸대접을 받으면서 사실상 ‘기피 부서’가 돼 버렸다. 떠밀리듯 검찰 조직을 떠난 공안 검사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 사람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뜻하지 않게 ‘귀한 몸’이 된 것을 두고 한 법조인은 “문재인 정부에 감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