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담당했던 성남지청이 작년 6~7월쯤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네이버가 성남 FC에 후원금 40억원을 낸 것과 관련한 금융자료를 요구하려고 했으나 대검이 이를 반려한 것으로 27일 전해졌다. FIU는 수상한 자금 흐름을 감시하는 기관으로, 당시 성남지청은 네이버 후원금이 이동하는 과정에 대한 금융자료를 대검을 통해 FIU에 요구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이 성남지청 요청을 반려한 것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일선 검찰의 FIU 자료 요청을 대검이 반려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란 말이 나왔다.

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국기게양대에 검찰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2022-01-18 연합뉴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작년 성남지청 수사과는 2015~2016년 성남 FC에 후원금 40억원을 낸 네이버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자체 조사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네이버가 성남 FC가 아닌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전 의원이 운영하는 ‘희망살림’을 거쳐서 40억원을 건넨 과정에 대한 조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18년 6월 야당의 고발로 경기 분당경찰서가 수사 중이던 사건과 별개였다고 한다. 경찰의 수사 대상이 성남 FC에 후원금 160억여원을 낸 네이버·두산 등 6개 기업 전체였던 반면, 성남지청 수사과의 조사 대상은 네이버 1곳이었다는 것이다.

희망살림은 서울시가 인가한 비영리 목적 사단법인으로, 네이버에서 40억원을 받아 그 중 39억원을 성남 FC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 야권이 “네이버가 왜 성남 FC에 직접 후원금을 내지 않고 희망살림을 통해 기부했는지, 1억원은 어디로 갔는지 규명돼야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제 전 의원은 “1억원은 채무자 상담·교육료, 부실채권 매입 비용으로 사용한다고 협약서를 작성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당시 성남 FC 구단주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이재명 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고, 제 전 의원은 2017년 대선 때 이재명 캠프 대변인으로 활동하는 등 이 후보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성남지청은 네이버 후원금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박하영 성남지청 차장은 수사과를 지휘하던 형사3부 의견에 따라 차장 전결로 대검에 FIU 자료 의뢰 요청서를 보냈다고 한다. 이 요청을 반려했던 이유에 대해 대검 측은 “성남지청이 올린 요청에 미흡한 부분이 있어 반려한 것”이라며 “FIU 의뢰를 막은 것이 아니다”고 했다.

박하영 차장 전결로 이뤄진 성남지청의 FIU 자료 요청 건을 대검이 반려한 이후, 박은정 성남지청장은 수사과를 지휘했던 형사3부의 기능을 축소하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3부가 담당하던 특수·공안·기업 수사 기능을 각각 형사1부와 2부 등으로 넘기고 형사3부는 성범죄 전담 부서로 만드는 한편, 검사 배치도 일부 바꿨다는 것이다. 또 FIU 자료 의뢰를 차장 전결에서 지청장 결재로 규정을 변경했다고 한다.

이후 작년 9월 같은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성남 FC 사건을 무혐의 종결했고, 고발인 이의 신청으로 성남지청은 경찰이 담당하던 부분까지 재검토하게 됐다. 박 지청장은 이를 형사3부가 아닌 형사1부가 담당하도록 했고 대학 후배인 A 검사에게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 검사 역시 ‘재수사’ 또는 ‘경찰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자 박 지청장은 “기록을 보겠다”며 성남 FC 사건을 한 달 넘게 뭉갰으며 이에 반발한 박하영 차장이 지난 25일 전격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A 검사는 박 지청장이 당시 보인 행태가 부당하다고 보고 그 과정을 꼼꼼이 기록해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성남 FC 후원금 의혹’ 사건에 대해 2020년 7월 대법원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무죄 판결이 나온 뒤에야 수사를 본격화한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여기에는 검찰의 지휘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 분당경찰서는 2018년 6월 야당이 이 후보를 뇌물 혐의 등으로 고발한 사건을 접수한 뒤 일부 관계자를 불렀지만 진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 9월 경찰은 이 후보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자 이 사건을 지휘하던 성남지청과 “대법원 판결 이후 수사를 본격화하자”고 협의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2020년 7월 대법원은 이 후보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고 경찰은 작년 2월에야 본격 수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찰이 무혐의 결론을 내린 뒤 불송치 처분을 하자 고발인인 야당의 이의제기로 경찰 수사기록이 성남지청으로 넘어갔다. 성남지청은 경찰이 포괄영장을 갖고도 후원금 계좌추적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야권에서는 “성남 FC가 기업에서 받은 160억여 원 중 상당수가 ‘수상한 성과 수당’을 통해 빠져나갔다”는 주장이 나왔다. 2014년 성남시에 인수된 성남 FC는 정관을 통해 기업 광고를 수주한 임직원은 광고료의 최대 10%, 공무원은 최대 20%, 일반 시민 등은 20%를 지급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대기업 등에서 받은 160억여 원 가운데 최대 20%(약 32억원)가 성과수당 명목으로 어딘가로 흘러나갔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일 때 성남시 부시장과 권한 대행을 지낸 이재철 국민의힘 국민검증특위 위원은 “거액의 후원금을 대기업에서 모금하려면 시청 고위 관계자라야 가능한 일”이라며 “재직 당시 누가 성과 수당을 받았는지 알아보려 해도 구단 측에서 시장 권한대행인 나에게조차 알려주지 않았다”고 했다.

이처럼 각종 의혹이 증폭되자 김오수 검찰총장이 ‘성남FC 의혹’에 대한 재수사를 지시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신성식 수원지검장은 김 총장을 찾아 ‘성남FC 의혹’을 둘러싼 성남지청 내부 갈등에 대한 대면 보고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은 전날 박하영 차장이 ‘성남FC 의혹’ 수사를 막는 박은정 성남지청장에 대해 항의하며 사표를 낸 것과 관련해 신 지검장에게 경위 조사를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