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만배씨가 2021년 11월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 실질 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김지호 기자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측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최소 1827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를 부인하면서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안정적 사업을 위해 지시한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10일 주장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양철한) 심리로 열린 ‘대장동 일당’의 첫 공판에서 김씨 변호인은 이 같이 말했다. 김씨 변호인은 “‘7개 독소조항’이라는 것은 대장동 개발 사업의 기본구조로, 당시 정책 방향에 따라 성남시의 지시·방침을 반영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김씨 등 대장동 사업 관계자들과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은 대장동 사업이 본격화하기 직전인 2015년 2월 공모해 화천대유 측이 대장동 사업을 따내고 막대한 이익을 보도록 설계된 7개 조항을 대장동 사업자 선정 공모지침 내용에 포함시킨 바 있다. 성남도개공의 이익을 제한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되며 화천대유 측이 수천억원대 막대한 이익을 가질 수 있었다.

앞서 김만배씨는 대장동 개발에 대해 “그분의 사업 방침에 따랐을 뿐”이라고 했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선 ‘그분’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가리킨 것이란 해석이 나왔는데, 실제 김씨 측이 이날 법정에서 이재명 후보를 특정한 것이다. 김씨 변호인은 “성남도개공은 (성남시 방침에 따라) 확정적 이익을 얻는 방식으로 기본 방향을 정한 것”이라며 “민간사업자의 이익은 고위험을 감수한 투자의 결과이며, 배임의 결과가 아니다”고 했다. 김씨와 대장동 민간 사업자들은 ‘이재명 성남시’의 뜻에 따라 사업을 진행한 것일 뿐 배임의 의도가 없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민주당 선대위는 이날 “검찰이 주장하는 이른바 ‘독소 조항 7개’는 민간 사업자에게 이익을 주는 조항이 아닌 지자체가 개발이익을 환수하기 위한 조항”이라며 “따라서 ‘독소 조항’이 아닌 ‘이익 환수 조항’”이라고 했다. 민주당 선대위는 “해당 방침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사적 지시가 아닌 ‘성남시 공식 방침’이었다”며 “김만배씨 변호인이 변론시 사용한 ‘이재명 지시’라는 표현은 틀린 표현이며, ‘성남시 공식 방침’으로 표현하는 것이 맞는다”고 했다.

김씨 측도 변호인의 법정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이날 오후 “법정에서 김만배 피고인의 변호인이 업무상배임죄 기소 부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변론한 내용은 검찰이 독소 조항이라고 주장하는 건설사 배제 등 7가지 사항은 1공단부지 사업비 선 확보, 금융기관으로부터 안정적인 사업자금 조달, 리스크 없이 확정이익 우선 보장 등 공공의 이익과 안정적인 사업 진행을 위해 성남시가 정한 기본방침에 따라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구체화한 것이라는 취지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7가지 사항을 성남시장이 사업자에게 직접 지시하거나 성남시와 성남시장이 전부 결정하였다는 취지가 아니며, 사업자의 로비에 의해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한 것”이라고 했다.

대장동 개발 특혜·비리 의혹 사건 첫 공판이 열린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정영학 회계사가 공판이 끝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뉴시스

이날 공판엔 김만배·유동규씨를 비롯해 천화동인 4·5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와 전 성남도개공 투자사업파트장 정민용 변호사가 나왔다. 정치·법조인에게 50억원을 주거나 주기로 약속한 이른바 ‘50억 클럽’의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 등을 검찰에 제출한 정 회계사는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김만배·남욱·정민용씨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면서도 혐의는 부인했다. 유동규씨는 “재판을 통해서 모든 사실이 다 밝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유씨 측 변호인도 유씨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법정에서 밝혔다. 이들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은 17일 오전 10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