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살리기 국민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8월 24일 오후 대전 서구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탈원전 국정농단 공소장 낭독대회를 열고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이날 대전지법에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채희봉 전 청와대 비서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신현종 기자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에서 공범으로 기소된 회계사 등 실무진이 ‘월성 원전은 경제성이 있다’는 분석 결론이 나오자 눈물 이모티콘(ㅠㅠ)을 주고받으며, 윗선의 질책을 우려했던 정황이 검찰 공소장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대전지검 수사팀은 경제성 평가 조작에 관여한 A회계사를 지난달 배임 방조 혐의로 기소했지만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배임교사 혐의 추가 기소 여부는 감감무소식이다. 검찰 내부에선 “수사팀의 기소 의지는 확고하지만 김오수 검찰총장이 여전히 승인을 미루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지난 6월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백 전 장관 등 공소장에 따르면 월성 1호기 경제상 평가 용역을 맡았던 A회계사는 지난 2018년 초 한국수력원자력 B차장에게 “(월성 1호기 손익분기점 이용률이) 40% 초반이 안 나온다”면서 ‘ㅠㅠ’가 포함된 메시지를 보냈다.

B차장은 “마음 같아선 손익분기점 이용률이 40%대면 좋겠지만, 39.6%가 나온 대로 다음 사항(보고)을 진행해보자”고 답했다.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기 위한 이용률 수치가 낮으면 낮을수록 원전을 덜 가동해도 이익이 난다는 결론으로, 정부의 원전 조기 폐쇄 방침과는 배치되는 결과였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후 “A회계사 등은 산업부와 한수원 관계자들로부터 오로지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없어야 한다는 결론을 미리 정해 두고 합리적 근거 없이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낮추는 방향으로만 관련 변수를 입력해 달라는 부당한 요구를 지속적으로 받았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압박을 받은 A회계사도 B차장에게 “처음에는 정확하고 합리적인 평가를 목적으로 일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한수원과 정부가 원하는 결과를 맞추기 위한 작업이 돼버린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하는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6월 백운규 전 장관 등에 대한 공소장에 이런 정황을 포함한 대전지검 수사팀은 백 전 장관을 배임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하려는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정환 대전지검장도 지난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해 “수사팀은 아직도 백 전 장관에 대해 배임교사로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확고하냐”는 야당 의원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후 “결국 김오수 총장이 막고 있는 거냐”라는 질의에는 “모든 수사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고, 총장께 보고를 드렸고 총장이 지휘권을 행사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김 총장은 백 전 장관 추가 기소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고 있고, 결국 수사팀은 지난달 A 회계사만 배임방조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한 법조인은 “경제성 평가 용역을 맡았던 회계사도 배임 방조로 기소했는데 정작 배임을 지시한 윗선을 없는 수사로 흐지부지되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