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윤석열 대검의 여권인사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공수처가 3일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해 재청구한 구속영장이 또 기각됐다. 지난 10월 26일 손 검사에 대한 첫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38일 만이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핵심 피의자 신병 확보에 연거푸 실패하면서 공수처 역량이 총동원됐던 ‘고발 사주’ 수사가 동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서보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영장 기각 이유에 대해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반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공수처가 손 검사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는 의미다.

앞서 지난 10월에는 공수처가 손 검사에 대해 청구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이 5일 간격으로 연거푸 기각되기도 했다. 손 검사에게는 작년 4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근무할 때 부하 검사 등을 시켜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하게 한 뒤 이를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해 야당이 고발하도록 했다는 혐의 등이 적용됐다.

공수처는 해당 혐의로 채워진 첫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손 검사를 두 차례, 김 의원을 한 차례 소환조사했고 대검 감찰부와 수사정보담당관실 등을 추가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수사에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이번 2차 구속영장에서도 고발장 작성자와 전달 경로 등을 특정하지 못했으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염두에 둔 표현은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공수처가 손 검사 구속영장을 재청구한 것은, 지난달 25일 박주민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이 공수처에 손 검사와 윤 후보 등을 재고발한 것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법조계에서 나왔다. 법조인들은 “공수처 수사가 여당에 휘둘리고 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사건 주임검사로 전날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해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주장한 여운국 공수처 차장의 경우,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에 참여 중인 여당 의원과 저녁 약속 자리를 잡았다가 취소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손 검사 측이 “여 차장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며 ‘기피 신청’을 냈지만 공수처는 받아들이지 않았다.